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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ndrew Heath - Quiet Noise (Whitelabrecs, 2022)

영국 사운드 스케이프 디자이너 겸 작곡가 Andrew Heath의 앨범. 앤드류는 1990년대 중반에 데뷔해 건반 악기와 일렉트로닉을 결합한 독특한 음악적 실험과 더불어 주변의 여러 뮤지션들과의 협업을 통해 창의적인 성과를 기록한 뮤지션이다. 이후 그의 작업은 비디오 및 설치 예술과 연관되면서 활동의 폭은 넓어지는 대신 음악은 보다 섬세한 표현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필드 리코딩의 역할이 강조되고 다양한 악기들을 조합한 사운드 콜라주 형식을 도입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로우어 케이스 양식을 발전시킨다. 때문에 앤드류는 자신을 일렉트로닉 혹은 앰비언트 뮤지션으로 소개하는 대신 사운드 스케이프 디자이너로 지칭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음악적 특징은 다른 뮤지션들과의 협업에서 독특한 시너지를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실제로 그의 음악에 영감을 받은 많은 음악가들은 공동 작업을 통해 많은 놀라운 성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앤드류의 음악은 다양한 필드 리코딩과 음원 및 연주 소스를 활용하면서도 이를 마치 라이브의 즉흥적 플로우에 따라 창의적으로 조직하는데, 이는 구조화된 형식의 엄밀함을 강조하는 작업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는 방식이며, 자신만의 미니멀한 앰비언스를 완성하는 독특한 접근이기도 하다. 이번 앨범에서도 이와 같은 특징은 잘 드러나고 있으며, 특히 이번 작업의 경우 일상에서 접하는 다양한 소리의 조각들을 피아노나 기타와 같은 평범한 연주 악기와 조합해 꿈결 같은 분위기의 앰비언트를 완성한다. 이번 앨범에는 앤드류의 동료인 플루트 Alexander Caminada와 첼로 Simon McCorry가 일부 트랙에 연주를 더하고 있다. 앤드류는 우리 주변에 존재하지만 신경을 쓰거나 집중하지 않으면 의식하기 어려운 소리의 존재를 필드 리코딩을 통해 부각하고, 이를 활용해 마치 끊임없이 부유하고 변화하는 일상의 단면을 포착하려는 특유의 접근을 보여준다. 여기에 배열된 연주 악기의 라인은 마치 우리의 무의식의 흐름을 반영한 듯한 인상을 보여주고, 그 위세 서서히 진행되는 단순한 구성의 일렉트로닉에 의한 사운드 스케이프는 이와 같은 일상의 자연스러운 부조화를 묘사하는 듯한 부유와 표류를 연출하기도 한다. 이처럼 전체적인 구성 자체가 미니멀한 구조를 지니고 있고, 그 진행 또한 여러 사운드와 텍스쳐가 충돌하거나 대비를 이루는 일련의 무작위적인 플로우를 보여주고 있다. 마치 우연적 일상과도 같은 이러한 과정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온전한 균형과 조화를 전달하며, 오히려 듣는 이에게 평온한 휴식의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은 놀라운 음악의 효과가 아닐까 싶다. 마치 피곤한 일과 중에 잠시 눈을 감고 선잠을 청했을 때, 주변에서 들려오는 일상의 소리와 우리의 무의식이 겹쳐지며 만들어내는 몽환적 경험을 음악으로 표현한 것 같은 느낌을 전한다. 그 짧은 단잠이 주는 위로를 담고 있는 앨범이다.

 

 

2022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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