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ovane으로 알려진 독일 전자음악가 Uwe Zahn와 Pjusk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노르웨이 전자음악가 Jostein Dahl Gjelsvik의 혐업 앨범.
전자음악과 앰비언트라는 공통의 분모는 존재하지만 우베와 요스테인 둘 사이에 또 다른 접점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지금까지 이들이 보여준 무대와 커리어는 물론 각자의 작법에서도 미묘한 차이를 느낄 수 있으며, 그 결과로 이어지는 음악적인 결 또한 자신들만의 고유함을 강하게 담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 둘의 조합은 예상보다 더 인상적인 시너지를 보여주고 있다. 사운드 디자이너로서 우베가 지금까지 보여준 면모는 물론, 창의적인 흐름을 연출하는 요스테인의 모습 또한 온전히 간직하고 있다. 오랜 음악 경력을 통해 축적한 우베의 유연한 노련미일 수도 있고, 긴 시간을 듀오 프로젝트에 몸담으며 활동을 이어온 요스테인의 경험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이 둘이 함께 완성한 음악은 기능적인 참여나 절충적인 조합과는 거리가 멀며, 각자의 특징 속에 서로를 반영하며 흐름을 완성해 가는 인상적인 일체감을 보여주고 있다.
앨범은 신서사이저 고유의 장치적 특징과 기능을 활용해 연출할 수 있는 풍부한 예시를 담고 있는 듯하다. 정교한 사운드 다지인과 이를 통해 연출 가능한 다양한 모듈레이션은 물론, 독특한 효과를 발생하는 기기적 장치를 이용한 음향의 분화 등, 모듈러 장치의 여러 기능을 음악 속에 담아내고 있다. 이러한 작법이 기계적인 생경한 소리의 발생과 변화에만 주목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지만, 이들은 이를 기존의 통상적인 앰비언트의 언어에 철저히 귀속시킴으로써, 자신들의 음악적 의도를 실현하고 있으며, 동시에 이전의 일상적인 표현과는 다른 새로운 신선함을 제공하기도 한다. 다양한 장치들을 활용하여 여러 기기를 통해 모듈레이션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과도한 표현이나 과장을 철저히 배제한 채, 음악적 의도에 충실한 섬세함을 특징으로 한다. 부분적으로 샘플링이나 필드리코딩과 같은 요소들을 활용해 색다른 표현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이 또한 모듈레이션의 일부처럼 작용하여 자연스러운 플로우의 일부로 기능하고 있다.
사운드스케이프와도 같은 섬세한 드론의 움직임 속에는 다양한 음악적 모티브를 포함하고 있다. 흐름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사운드에 대한 점진적인 모듈레이션은 물론, 때로는 새로운 레이어를 더해 플로우의 내용을 구체화하기도 한다. 신서사이저 특유의 사운드와 그 움직임은 물론, 기악적 특징을 지닌 소스를 활용해 음악적 다면성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는 듯한 모습 또한 인상적이다. 드론이나 사운드스케이프가 주를 이루더라도, 그 속에 간헐적으로 펼쳐지는 기악적 시퀀싱이나 라인 등을 통해서도 이러한 느낌을 더욱 강하게 부각한다. 때로는 여러 유형적 특징을 지닌 사운드의 중첩을 통해 마치 오케스트레이션과 같은 효과를 연출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사운드와 요소의 절충적 조합은 일렉트로닉 혹은 앰비언트라는 자신들의 고유한 음악적 특징이, 모던 클래시컬 등과 같은 주변의 다른 장르와 미묘한 거리와 공백을 취하는 듯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관계의 부정도 긍정도 아닌 이와 같은 모호함이 오히려 이들 음악의 독특함과 매력을 이루기도 한다. 이는 단순히 음악적 복합성 혹은 내재된 다면성을 넘어, 몽환과 현실의 경계라는 독특한 정서적 분위기를 유발하기에, 그 효과에서도 무척 인상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섬세함을 통해 밀도를 축적하는 모든 과정은 강한 음악적 몰입을 제공한다. 정교한 오실레이션으로 완성한 사운드의 지속과 여러 장치의 조율을 통한 변화, 다양한 텍스쳐의 대질을 통해 연출하는 공간의 텐션, 기기적 기능을 이용해 만드는 다양한 음향과 효과 등, 모든 면에서 이들이 놀라운 음악적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다. 공동 작업이면서도 각자의 기여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만큼 둘 사이의 온전한 음악적 시너지를 엿볼 수 있으며, 완벽한 일체감을 담고 있는 앨범이다.
20231019
related with Arovane
related with Pjus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