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인스트루멘탈 밴드 Bell Orchestre의 앨범. 이들의 첫 앨범 녹음이 이루어진 해가 2003년이니 대충 벨 오케스트라의 이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As Seen Through Windows (2009) 이후 10년 이상 이들은 긴 침묵을 이어왔으며, 작년 Erased Tapes에서 벨 오케스트라의 새로운 앨범이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번 녹음은 리더이자 프렌치 호른 Pietro Amato, 베이스 Richard Reed Parry, 바이올린 Sarah Neufeld, 트럼펫 Kaveh Nabatian, 드럼 Stefan Schneider 등 오리지널 멤버 전원에 페달 스틸 기타 Michael Feuerstack이 참여한 6인조로 진행되었다. 각기 다른 음악적 배경을 지닌 이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음악은 말 그대로 복합적이며 다양한 장르적 요소들이 독특한 형식으로 수용되는 다면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 고전적인 연주 악기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각자 다른 톤의 일렉트로닉은 물론 보컬을 활용해 음악적 표현의 확장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으며, 엄밀한 형식적 구성 속에서도 즉흥적 충동을 돌출시키는 의외성도 개방하는 등 이들의 연주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절대 쉽지 않다. 때문에 벨 오케스트라의 이번 앨범에 대한 감상 역시 상당히 미묘할 수밖에 없으며 듣는 행위 그 자체가 신선한 충격이다. 어떠한 관점에서 이 앨범에 접근하느냐에 따라 이번 작업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겠다고 생각해본 것도 사실이지만, 결국 그 모든 방식이 무의미하다는 결론에 이르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기존의 장르적 규범이나 언어로 현재 이들의 음악을 설명하다 보면 분명 예상하지 못한 한계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마치 벨 오케스트라의 집단적 무의식을 반영한 듯한 이번 앨범은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분명 후회 없는 황홀한 44분이 될 것이다.
2021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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