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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Sarah Neufeld - Detritus (One Little Independent, 2021)

뉴욕에서 활동 중인 캐나다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 Sarah Neufeld의 앨범. 사라의 오랜 음악 활동에 비해 정작 그녀의 이름으로 된 작업을 감상할 기회는 흔치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번 앨범은 Hero Brother (2013)와 The Ridge (2016)에 이어 오랜만에 발표한 세 번째 리코딩이다. 이번 녹음은 Arcade Fire에서도 함께 활동했던 드럼/신서사이저 Jeremy Gara를 비롯해 Bell Orchestre의 동료인 프렌치 호른 Pietro Amato 외에도 플루트/색소폰 Stuart Bogie 등 사라의 오랜 조력자들의 참여로 진행되고 있다. 이번 앨범은 2016년 녹음을 안무곡으로 활용하기 위한 프로젝트에서 출발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막상 두 작업 사이에는 장르적인 특징뿐만 아니라 그 분위기에서도 공통점보다는 이질적인 느낌이 더 강하게 부각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이번 작업은 기존 사라의 음악에서도 조금은 벗어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2013년에 선보인 현대 작곡과 모던 클래시컬의 스텐스를 더욱 세밀하게 가다듬으며 이번 앨범의 주제에 걸맞은 내용을 추상한 듯한 측면도 분명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나치다 싶을 만큼 넓게 펼쳐진 공간감이다. 마치 현대 무용수의 독무를 위한 무대의 적막함을 묘사하기라도 하듯, 리버브를 이용해 넓은 반사 효과를 이루는 잔향은 물론, 전자음은 물론 관악과 보이스 허밍과 서로 배음을 겹치며 비현실적인 공간감을 연출한다. 바이올린의 라인이 무용수의 움직임에 대응하여 즉흥적으로 만들어졌다고 밝히고 있는데, 실제로 현악기의 사운드는 무대 혹은 공간 뒤편에서 리버브와 여러 악기가 만들어내는 화음의 '잔해'를 뚫고 전해지는 듯한 강인함이 묻어있기도 한다. 어쩌면 이는 그녀가 말한, 지난 1년 동안 전 세계가 겪은 슬픔과 불확실성 속에서 치유와 연대의 영감을 제공하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의 결과가 아닐까 짐작해본다.

 

20210517

 

 

 

related with Sarah Neufeld

- Colin Stetson & Sarah Neufeld - Blue Caprice (52Hz, 2021)

 

related with Bell Orchestre (Sarah Neufeld, Pietro Amato)

- Bell Orchestre - House Music (Erased Tapes,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