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Ben Lukas Boysen - Siren Songs (Erased Tapes, 2021)

독일 작곡가 겸 전자음악가 Ben Lukas Boysen의 게임 오리지널 스코어 앨범. 게임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가상의 디스토피아를 다룬 어드벤처 물이라는 설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대충 짐작만 할 뿐이라 달리 할 이야기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흥미를 끌었던 것은 스코어에서 다루고 있는 음악의 주제에 관한 것이다. 벤은 자신의 개인 작업과 별도로 영화 OST를 비롯해 게임 관련 음악에도 관여한 경험이 있는데, Sebastian Plano와의 협업으로 완성한 Everything (2017)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작업 작업들은 주로 모던 클래시컬 특유의 표현을 중심으로 완성된 일련의 경향적 특징을 강하게 반영했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이러한 음악적 이미지와는 상반되는 다크 앰비언트 계열의 사운드를 중심으로 이전과는 다른 어두운 분위기의 녹음을 들려준다. 벤의 음악은 피아노의 사운드가 중심이 되긴 하지만, 때로는 사운드 콜라주와 같은 섬세한 음향 큐레이팅을 통해 완성된 균형 잡힌 음악적 디자인을 떠올리기도 하며, 특히 일렉트로닉을 활용한 녹음에서는 이와 같은 면모가 더 강하게 부각되기도 한다. 최근의 대표적인 예가 Mirage (2020)에서 보여준 성과가 아닐까 싶은데, 이번 앨범은 전작에서 선보인 음악적 접근을 활용해 마치 명암과 채도를 바꾼 듯한 반전의 느낌을 전하는 듯하다. 스텝 시퀀싱으로 세분된 멜로디는 패드와 드론으로 대체되고 밝고 화사한 톤은 어둡고 무거운 음역이 대신하면서 새로운 음악적 표현을 완성하는 듯한 인상을 전한다. 벤은 고도로 디지털화된 세계에 대한 불안과 인간성 상실의 두려움을 사운드 트랙에 담고자 했다고 전하는데, 전작과 비교되는 사운드와 그 활용의 전위는 자신의 음악적 접근에 근거하면서도 전체적인 주제에 따른 분위기의 변화에 대응하는 벤의 방식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낮은 무게 중심을 지닌 드론이라도 그 사운드의 결은 예리하고, 복합적 구성을 지닌 다층의 레이어지만 개별 음향의 역할과 특징은 분명하게 전달되고 있어, 여전히 벤 특유의 섬세함과 명료함은 이번 작업에서도 큰 힘을 발휘한다. 가상 사운드만으로 완성된 어두운 분위기의 이례적인 앨범이면서도 여전히 벤의 차분함이 잘 녹아 있는 작업임은 분명하다.

 

20211007

 

 

 

related with Ben Lukas Boysen

- Ben Lukas Boysen & Sebastian Plano - Everything (Erased Tapes,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