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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Billow Observatory - Calque (Felte, 2023)

 

덴마크 전자음악가 Jonas Munk와 미국 뮤지션 Jason Kolb의 듀오 프로젝트 Billow Observatory의 미니 앨범.

 

서로 다른 음악적 배경과 활동 경험을 지닌 요나스와 제이슨이 처음 만난 것은 2006년이라고 전해진다. 당시 요나스는 Manual이라는 활동을, 제이슨은 Auburn Lull이라는 스페이스 록 계열의 앰비언트 계열의 프로젝트 그룹을 진행하고 있던 시기로, 애초 일회성 협업으로 기획한 BO였지만, 지금까지 꾸준한 협업을 이어오게 된다. 요나스는 컴퓨터를 배제하는 대신 고전적인 아날로그 신서사이저의 기계적 혹은 기악적 특징을 살리거나 어쿠스틱 연주를 활용하는 독특한 작업을 보여줬는데, 이는 그룹 연주를 통한 협업으로 음악을 완성했던 제이슨과 일련의 교집합을 형성하는데 나름의 배경이 되지 않았나 짐작할 수 있다.

 

BO는 첫 만남 이후 오랜 기간에 걸쳐 작업을 이어갔고, 그 결실은 6년 만에 Billow Observatory (2012)로 완성된다. 앨범은 요나스와 제임스를 상징하는 요소들을 담고 있으면서, 동시에 둘 사이의 공통적인 음악적 언어를 활용해 독특한 정서적 질감을 담은 BO만의 개성도 함께 실현한다. 이후 10년 만에 발표한 Stareside (2022)는 지금까지 각자가 축적한 음악적 깊이를 담아, 앰비언트라는 장르가 지닌 우아한 면모를 섬세하게 전달한다. 풍부한 사운드의 활용으로 다양한 음악적 뉘앙스를 연출하면서도, 구성과 흐름이 지닌 간결함이 강한 인상을 남겼는데, 이번 미니 앨범 또한 이와 같은 특징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고전적인 신서사이저의 음원을 이용한 BO 특유의 사운드 시그니처가 만들어내는 편안한 명상적 분위기와 깊고 잔잔한 흐름은 이번 EP에서도 큰 특징을 이룬다. 개별 음향이 지닌 각각의 고유한 상징성과 기능이 명확하게 드러날 만큼, 사운드 큐레이팅과 조율은 섬세하면서, 동시에 이를 유기적으로 엮어내는 공간의 구성은 무척 명료하다. 곡의 특징을 대표하며 플로우의 큰 핵심을 이루는, 폴리포닉 한 특징을 지니면서도 부드러운 텍스쳐로 연마한 패드는 물론, 좌우 패닝 속에서 감각적 표현을 발산하는 여러 유형의 퍼커시브 한 소스들은 물론, 무게와 부피로 플로우에 텐션을 부여하는 신서사이저 베이스 등, 그 어느 것 하나 애써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그 자체로 고유한 선명함을 지니고 있다. 진행 속에서도 특별한 엔벨로프나 조작을 가하지 않아 라이너 한 특징을 지속하고 있어, 그 자체로 하나의 고유한 상징성을 담아내는 듯한 느낌을 전한다.

 

개별 사운드의 큐레이팅만큼 이를 조합하고 흐름 속에서 구성하는 방식에서 드러나는 간결함 또한 인상적이다. 진행 속에서 사운드에 큰 변화를 가하지 않는 대신, 개별 소스마다 다양한 공간계 이펙트를 적용하거나 이를 점층적으로 중첩하여, 플로우 속에서 이미지 점진적인 변화를 입체적으로 포착하고 있다. 과도하거나 극적인 변화 대신, 마치 자연 속 미세한 흐름을 묘사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며, 때로는 서로 다른 노트로 이루어진 라인을 중첩하여 잔잔한 플로우 속에서도 미묘한 텐션을 담아내기도 한다. 화려한 라인 대신 루프에 의해 반복되는 일련의 단순성에 기반을 둔 흐름에, 사운드스케이프를 이루는 순환적인 코드 진행 또한 간단한 구성에 기반하고 있으며, 시퀀싱 역시 이러한 특징을 공유하며, 유기적인 호흡을 완성하고 있다. 노이즈 필드를 활용하여 로우-파이적 느낌을 유도하기도 하지만, 사운드의 기본적인 해상력은 높아, 전체적으로 몽환적이면서도 감성적인 분위기를 조합하고 있다.

 

이전 정규 작업에 비해 조금은 우울해진 색조와 시니컬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앰비언트의 장르가 전할 수 있는 깊이 있는 매력을 충분히 재현하고 있다. 모든 소스와 요소들이 명료하게 보일 만큼 담백한 구성을 지니고 있으며, 여기에 특별한 음악적 기교도 더하지 않아, 자연스러운 흐름 그 자체를 전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만큼 BO가 전달하고자 하는 정서나 분위기는 아무런 저항 없이 듣는 이에게 고스란히 도달하며, 이러한 특징은 이번 작업에서도 온전하게 담겨있다. 23분에 불과한 짧은 재생 시간에도 불구하고 BO의 특징을 충분히 요약하고 있으며, 이들의 매력을 경험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앨범이다.

 

 

2023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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