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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Billow Observatory - Stareside (Felte, 2022)

덴마크 전자음악가 Jonas Munk와 미국 뮤지션 Jason Kolb의 듀오 프로젝트 Billow Observatory의 앨범. BO는 요나스와 제이슨이 각자 진행하던 Manual과 Auburn Lull의 작업을 위한 일시적인 협업으로 기획되었지만, 이후 공동 작업이 지닌 창의적 가능성을 발견한 두 사람은 이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척시킨다. 2006년 처음 함께 작업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지며, Billow Observatory (2012)를 통해 첫 결과물을 선보이게 되었으니, 이번 앨범은 지난 10년의 시간을 자축하고 새로운 진화를 모색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녹음인 셈이다. 데뷔 앨범 이후에도 요나스와 제이슨은 각자의 프로젝트를 통해 그 성과를 반영했고, 이후 진행된 협업에서는 솔로를 통해 이룬 진화를 담아내는 등, BO는 두 뮤지션에게 있어 단순한 공동 작업의 의미를 넘어선 음악적 표현의 성장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정적 플로우를 지닌 사운드 스케이프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앰비언트라는 기본적인 성격은 예나 지금이나 BO에게 있어 고유한 음악적 특성이지만, 지금까지 발표한 각각의 앨범들은 사운드의 구성이나 효과의 활용에서 나름의 차이를 보여주기도 하며, 자신의 공간 안에서 새로움을 담아내려고 한 노력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이번 앨범은 2020년부터 시작해 비교적 긴 호흡으로 완성된 작업으로, 그 사이에 간헐적으로 선보였던 몇 편의 싱글도 같이 수록하고 있다. 이번 작업에서 인상적인 것은 신서사이저로 완성된 사운드 그 자체인데, 고전적인 모듈러 혹은 아날로그의 형상을 지니고 있지만, 섬세한 텍스처와 미묘한 펄스로 튜닝되어 독특한 정서적 진공을 경험하게 한다. 정교하게 조율된 음향을 조합해 완성한 사운드 스케이프는 멜로디와 리듬의 흐름을 직감하게 만드는 그 자체의 고유한 플로우만으로도 인상적인데, 여기에 시퀀싱으로 조직된 무수한 펄스의 파편들이 배열되기도 하고, 질감의 느낌을 강조하는 효과가 첨가되면서, 더욱 묵직한 묘사적 분위기를 띠게 된다. 이와 같은 사운드 및 효과의 요소들이 안정된 조합을 이루면서도, 곡의 성격에 따라 미묘하게 사이키델릭 한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또 때로는 절묘하게 느린 슈게이즈를 떠올리게 하는 등, 그 안에 조심스럽게 담긴 색다른 뉘앙스들이 빛을 발하기도 한다. 이는 작업 기간 지속되었던 현실에서의 “절망과 희망 사이를 바늘로 뀌뚫"은 결과이기도 하며, BO의 새로운 방향성을 위한 탐색의 작용이기도 할 것이다. 누구든 쉽게 흉내 낼 수 있을 것 같지만, 그 깊이만큼은 절대 따라 하기 힘든, 앰비언트 음악의 우아함을 경험할 수 있는 앨범이다.

 

2022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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