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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Bruno Angelini - Transatlantic Roots (Vision Fugitive, 2021)

프랑스 재즈 피아니스트 Bruno Angelini의 앨범. 그나마 3-4년 동안 지속했던 Open Land를 제외하면 장기간에 걸친 연속적인 프로젝트 대신 굵고 짧은 단발적 기획에 기반을 둔 활동을 주로 펼치기 때문에 브루노의 음악은 겉보기에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것처럼 비치기도 한다. 지금까지 발표한 앨범마다 각기 고유한 특색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작업을 통해 관철하고자 하는 다양하면서도 진지한 문제의식을 포함한다. 이번 앨범 또한 독특한 인문학적 테마를 타이틀로 걸고 있으며 미국의 영화, 음악, 문학 등 다방면에 걸친 분야의 거장들을 위한 헌정의 의미도 담아내고 있다. 이번 작업에는 트럼펫 Fabrice Martinez와 드럼 Eric Echampard가 참여하고 있어 색다른 인적 구성을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재즈에서 익숙할 수도 있는 포맷이지만 브루노는 물론 에릭은 전자 악기와 장기를 적극 활용하여 기존의 트리오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풍부한 사운드와 공간감을 제공함으로써 이번 녹음만의 독특한 특장점을 펼쳐 보인다. 일렉트로닉의 사용이 크게 주목받을 요소는 아니지만 독특한 것은 그 활용 방식에 있다. 이는 평소 브루노가 소규모 앙상블을 통해 넓은 공간을 활용한다는 특징을 보다 적극적으로 극대화한 측면과도 연관되며, 이를 바탕으로 더욱 내밀한 사운드의 완성에 도달하게 된다. 단순히 독특한 효과나 사운드 레이어를 위해 일렉트로닉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로 섬세하게 활용하고 있는데, 재즈의 기본적인 언어적 특징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마치 현재의 전자음악에서 보이는 접근과도 무척 닮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트럼펫 또한 오버 더빙이나 더블링 등을 통해 트리오라는 공간적 제한을 넘어선 음악적 표현을 선보이기도 하는데, 이는 복합적이면서도 다양한 사운드를 요소로 활용해 음악적 아키텍처를 섬세하게 구성하는 브루노의 평소 태도와 잘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앨범에서 선보이는 브루노의 피아노 또한 다양한 스타일을 포함하고 있다. 직접적인 헌정의 대상이기도 한 Mal Waldron의 고전적인 축약에서부터 미국적인 관용어구가 함축된 전통적인 표현은 물론 브루노 특유의 과감한 추상에 이르기까지 여러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피아노가 트럼펫 및 드럼과의 연관 속에서 유기적으로 배치되고 그 배열의 위상에 따라 각기 다른 공간적 특징 속에서 유연하게 변화하는 모습은 이번 트리오가 지닌 매력을 함축한다고 할 수 있다. 진지하면서도 응축된 힘을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2021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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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runo Angelini - Open Land (La Buissonne,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