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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Elina Duni - A Time To Remember (ECM, 2023)

 

스위스에서 활동 중인 알바니아 출신 보컬리스트 Elina Duni의 앨범.

 

1981년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난 엘리나는 어린 시절부터 라디오 방송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고 하며, 공산정권 붕괴 이후 스위스로 이주하여 그곳에서 본격적으로 클래식 교육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재즈에 입문하고 고향 알바니아와 발칸 지역의 역사를 탐구하면서 자신만의 음악적 길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의 음악적 기원을 명확히 하는 민속적 요소를 바탕으로 재즈의 표현을 접목한 그녀의 음악적 양식은 다양한 프로그램과 활발한 협업을 통해 엘리나만의 고유한 특징으로 발전한다.

 

2010년대 초 자신의 이름을 딴 쿼텟으로 발매한 Matanë Malit (2012)를 통해 레이블과 인연을 맺으며 현재까지 꾸준한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2017년부터 영국 기타리스트 Rob Luft와 함께 진행한 사랑과 망명의 노래 프로그램이 큰 호응을 얻게 되고, 이 과정에서 스위스 플로글호른 연주자 Matthieu Michel와 영국 피아노/드럼 연주자 Fred Thomas가 합류하면서, 엘리나의 음악적 주제는 자신의 고유한 테마와 더불어 보다 넓은 확장을 이루게 된다. 이들과 함께 Lost Ships (2020)을 통해 구체화된 엘리나의 음악적 세계관은 지중해를 넘어 유럽과 미국의 음악적 뿌리에 대한 관심을 포괄하는 한편, 시대와 시간이라는 역사성을 함께 담아내게 된다.

 

이번 앨범 또한 전작과 동인한 편성에 유사한 음악적 관심을 다루고 있어, 나름의 연속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여러 나라의 전통 음악과 민속적 테마를 반영한 엘리나와 롭의 오리지널은 물론 유명 스탠더드 넘버도 포함하고 있다. Charlie Haden의 “First Song”의 경우 Abbey Lincoln이 이전에 붙였던 가사를 재현하고 있으며, Stephen Sondheim의 “Send In The Clowns”와 Sammy Fain의 “I'll Be Seeing You”와 같이 시대를 아우르는 익숙한 곡은 물론, 평소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코소보 출신 Rashid Krasniqi의 “Mallëngjimi”를 수록하고 있다.

 

엘리나는 프랑스 샹송, 미국 전통 음악 등을 비롯해 알바니아와 코소보의 민속 음악 등을 원곡의 언어로 부르고 있는데, 듣는 입장에서 몇몇 곡의 가사의 뜻을 알 수 없다는 제한에도 불구하고, 목소리를 통해 전달하는 곡의 뉘앙스와 분위기만으로도 그 의미를 상상하게 되는 흡입력을 보여주고 있다. 여러 언어로 표현된 가사이지만, 명료한 딕션과 풍부한 표현력을 지닌 목소리만으로도 그 의미는 전달되는 듯하며, 특히 선명한 듯하면서도 여러 레이어를 지닌 엘리나의 음색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음악적 표현력을 지니고 있어 매력적이다. 기타는 보컬의 뒤편에서 섬세하면서도 다양한 톤과 사운드로 일련의 대위적 연관 속에서 자신의 라인을 펼치고 있어, 그 관계만으로도 안정적인 음악적 합을 완성하기도 한다. 마티외와 프레드의 라인들은 공간의 주변을 확장하며 가사에 담긴 의미를 구체화하여, 다분히 기능적인 개입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인터랙티브한 연관이 보여주는 진행에서의 섬세한 자율적 개입은 엘리나의 보컬을 연주처럼 들리도록 해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언어적으로도 장르적으로도 다양한 테마를 다루고 있음에도, 엘리나의 아름다운 보컬 사이에 흐르는 기악적 미묘함이 함께하기 때문에, 이번 작업에서도 일관된 정서적 분위기와 더불어 풍부한 뉘앙스가 온전히 우리에게 전달될 수 있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다양한 스타일이 지닌 개별적 특징을 고스란히 재현하면서도, 이를 자신들의 음악적 양식으로 내재화하여 표출하는 과정은 무척 인상적이고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

 

 

2023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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