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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Emil Brandqvist Trio - Layers of Life (Skip, 2023)

 

스웨덴의 드러머 겸 작곡가 Emil Brandqvist의 트리오 앨범.

 

에밀은 전문 드럼 연주자인 동시에 작곡에도 남다른 재능을 발휘하며 영화, TV, 광고 등 다양한 매체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만큼 그가 선보인 원곡들은 민속적 특징과 더불어 서머세한 서정성과 감성적인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어, 대중적으로도 큰 호응을 얻고 있으며, 특히 에밀의 중심적인 활동인 EBT는 북유럽의 스타일을 대표하는 트리오의 하나로 손꼽히기도 한다.

 

에밀은 2000년대 중반 피아니스트 Tuomas Antero Turunen을 포함하는 Emil Brandqvist Orkester를 결성했고, 이후 이를 발전적으로 해체하면서 2010년대 초에 현재의 트리오를 출범하게 된다. 예전부터 함께 호흡을 맞춰왔던 투오마스는 물론 베이스 Max Thornberg과 함께 조합을 이룬 트리오는 첫 앨범 Breathe Out (2013)을 시작으로, 2-3년 간격을 두고 꾸준히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앨범은 통산 여섯 번째 트리오 타이틀로 EBT 특유의 감미로운 서정을 다채로운 표현을 통해 재현하고 있다.

 

이번 앨범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EBT 고유의 음악적 분위기와 정서를 고스란히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악기들을 활용해 보다 확장된 형식의 표현을 완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와 같은 시도들은 기존 작업들 속에서도 로드나 무그 등의 전자 악기를 이용해 레이어를 더한 섬세함을 보여주기도 했고, 현악 등을 활용한 곡도 다수 존재하긴 했지만, 앨범 전편에 걸쳐 트리오 고유의 공간과 더불어 다양한 확장적 표현을 접목한 것은 확실히 눈에 띄는 대목이기도 하다. 특히 게스트 중에는 트리오의 첫 앨범에 함께 협연했던 Sjöströmska String Quartet은 물론 여러 관악 게스트들의 연주도 포함하고 있다.

 

트리오의 다양한 확장적 표현이라는 말을 쓰기는 했지만, 본격적인 협연을 다룬다는 인상보다는 트리오의 공간을 보다 섬세하게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와 레이어를 첨가한 것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어쩌면 타당할 수 있을 듯싶다. 그만큼 연주의 전체적인 중심점에는 트리오가 확고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으며, 현악과 관악 등의 다양한 사운드는 EBT의 공간을 보다 풍부하고 다채롭게 완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때문에 트리오와 외적 요소의 상호연관에 기반한 인터랙티브보다는, 곡에 따라서는 마치 완성된 EBT의 연주에 색과 디테일을 더한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 또한 전체적인 작편곡의 의도를 반영한 결과임을 쉽게 직감할 수 있는 것이, 확장된 공간 구성 속에서의 트리오의 연주는 다분히 앙상블의 엄밀함을 의식한 규범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개인적인 자율 공간 또한 제한된 형식으로 실현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 안에서 보여주는 개인적 표현은 무척 유연하여, 경직성과는 거리가 먼 풍요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는 트리오가 기존에 전자 음향을 활용한 방식과도 무척 유사하다는 생각을 갖게 할 만큼, 외부적인 사운드와 연주의 활용이 보여준 트리오와의 내적 긴밀함은 편안하면서도 매력적이다. 확장적 표현을 구사한 만큼 사운드의 운용에서의 세밀함도 엿볼 수 있으며, 이를 가능하게 한 개별 연주의 섬세함을 일상적 대화처럼 자연스럽게 풀어낸 유연함은 더욱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기존 EBT보다 확장된 기악적 편성을 활용하고 있지만, 트리오의 이전 연주나 스타일과 비교해도 전혀 이질적이지 않은, 내면화된 구조적 양식의 힘을 엿볼 수 있는 앨범이다. 일상적 편안함과 익숙한 양식을 활용하면서도 이를 자신만의 음악적 언어로 재현해 안정된 표현을 완성한다는 점이 EBT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특유의 아름다운 서정과 함께 트리오의 매력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라이브러리가 추가된 셈이다.

 

 

202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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