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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Federico Mosconi - Air Sculptures (Lost Tribe Sound, 2022)

이탈리아 기타리스트 겸 전자음악가 Federico Mosconi의 앨범. 기타리스트로서의 전문적인 교육과 현대 작곡 분야에서의 다양한 활동과는 별개로, 페데리코가 최근 몇 년 전부터 선보이고 있는 개인 작업은 독특한 음악적 결을 보여주며 흥미로운 시사점을 제공하기도 한다. 일렉트로닉이라는 장르적 경향성 속에 자신의 모든 음악적 창의를 융합하려는 모습은 사운드 그 자체에서 예술적 조합을 응축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면서도, 다양한 소리의 응집으로 완성된 결과는 종종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협연을 듣는 것 같은 경험을 하기도 한다. 이번 앨범은 일렉트로닉의 우위에 두고 기타 연주를 활용했던 전작 Dreamers and Tides (2021)의 접근과 유사한 특징을 보여준다. 다만 전작에서는 개별 사운드의 특징적인 요소들이 부각되었다면, 이번 작업에서는 하나의 총체적인 통합을 이루는 조합과 그 미세한 변화의 흐름에 주목한다는 인상을 준다는 점에서 색다르다. 다양한 텍스쳐를 중첩해 폴리포닉 한 특징을 지닌 웅장한 드론을 연출하는데, 구성하고 있는 사운드의 소스에 따라 다양한 온도와 무게의 조합을 이루는데, 이는 각 곡의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는 정서적 이미지와 밀접한 연관이 있어 다분히 묘사적 특징을 더하는 듯하다. 어쿠스틱과 전기 기타 외에 전자 장비를 이용한 다양한 사운드는 일렉트로닉은 물론 아날로그적인 특징을 지닌 소스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세밀한 큐레이팅과 조합만으로도 미묘한 묘사적 뉘앙스를 연출하기도 한다. 그 묘사는 마치 대상의 미세한 움직임을 추적해가는 듯한 치밀함을 지니고 있는데, 사물이 일으키는 고유한 진동에 주목하여 이를 드론의 조합으로 조직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서히 변화하는 모습을 다양한 음원 소스들의 균형점을 이동하거나 새로운 사운드의 개입을 통해 플로우를 이어가는 섬세한 과정을 보여준다. 마치 루프와도 같은 반복적이고 무척 느린 흐름이지만 그 자체로 고유한 리듬을 지니며, 전체적으로 완성하는 음악적인 라인과 이미지 자체는 곡의 타이틀이 암시하는 형상과 무척 닮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다양한 사운드의 각기 다른 텍스쳐는 물론 고유한 진동조차 거대한 드론 속에 융해되며 그 개별적인 흔적들은 소멸하지만, 폴리포닉 한 앙상블로 완성을 이루는 그 거대한 형상은, 그 요소의 다양성으로 인해 마치 오케스트라의 긴 레가토를 듣는 듯한 웅장함을 느끼게 한다. 물론 앨범에 수록된 음악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페데리코의 기타가 개입하는 그 모든 순간들이다. 거대한 웨이브를 일으키며 무겁게 펼쳐지는 드론의 육중한 레이어에 인간의 심박처럼 개입해 들어오는 아르페지오는 물론, 거대한 일렉트로닉의 플로우 속에서 표류하는 듯한 모습에도 그 선명한 빛을 발하는 기타 사운드는, 그 짧은 순간의 익숙함이 전하는 안도감 그 이상의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해주는 느낌이다. 미묘한 변화로 서서히 몰입을 이끌며 거대한 감정의 응축을 이루고 있는 흥미로운 앨범이다.

 

20220503

 

 

 

related with Federico Mosconi

- Federico Mosconi - Dreamers and Tides (Dronarivm,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