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 Byrd와 Andrew Thompson이 결성한 미국 프로젝트 듀오 Hammock의 신보. 2004년 이후 지금까지 해먹은 포스트-록, 앰비언트, 일렉트로닉, 모던 클래시컬을 포괄하는 자신만의 고유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완성한다. 하지만 장르 혼합적인 이들의 음악적 범주는 넓은 폭을 지향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언어와 표현을 집적한 유니크 함을 특징으로 하며 음악적 깊이를 더해가는 방향을 향한다. 본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는 마치 혼란스러운 일상 속에서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위해 발길이 덜 한 길을 위한 작업으로, 자기 성찰과 사색을 위한 음악적인 문제 제기인 동시에 상처로부터 위안을 제공하는 휴식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해먹이 걸어온 음악의 궤적을 살펴보면 늘 우리의 일상과 관련되어 있었고, 현실로부터 멀어지는 방식 대신 한 발 떨어져 사고할 수 있는 여유를 제안한다. Mysterium (2017), Universalis (2018), Silencia (2019) 3부작을 완결한 이후 3년 만에 선보인 이번 정규 앨범은 그사이에 우리 주변에서 발생한 암울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세계적인 감염병 사태와 그에 따른 봉쇄는 우리의 삶을 고립시켰고 끝없는 상실을 경험하게 했는데, 해먹은 이와 같은 현실을 음악적 표현으로 구체화하고 우리의 일상이 다시 회복될 수 있기를 염원하는 메시지를 앨범에 담아내고 있다. 이와 같은 음악적 염원은 앨범의 타이틀을 비롯해 각 곡의 제목 곳곳에도 직접 드러나고 있으며, 무엇보다 연주 그 자체에 가장 잘 집약되어 있다. 봉쇄 기간 중 최소한의 장비만으로 자신들의 집에서 녹음된 이번 앨범은 시네마틱 한 음악적 서사보다는 정서적 집약을 다루고 있다.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한 사색의 공간을 개방하고 감정에 집중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위해 해먹은 사운드의 구성을 단순화하면서 마치 자신들의 음악을 이루는 핵심적인 음향에 집중한 활용을 선보이고 있다. 드론 대신 패드를 중심으로 사운드 스케이프를 구성하고 과도한 엔벌로프의 변화보다는 균일한 톤과 텍스쳐의 연출에 집중한다. 티니 한 톤의 앰비언트 기타를 통해 특유의 정서적 공간을 완성하고 첼로 Matt Slocum와 피아노 Matt Kidd의 레이어를 더해 음악적인 메시지와 이미지를 구체화한다. 멜로디보다 간결한 코드 진행을 통해 조심스러운 점층적인 빌드-업을 보여주고 있지만, 어떤 완결을 향한 서사적 과정이라는 느낌보다는 사색의 깊이를 더하는 서정적인 플로우라는 인상을 준다. 일상 회복을 향한 힘겨운 여정을 보내고 있는 지금의 우리에게, 해먹의 앨범은 그 도달 지점이 과거와는 '다른 어딘가'에 있음을 암시하는 듯하다.
20211106
related with Hammock
- Hammock - Mysterium (Hammock Music, 2017)
- Hammock - Into The Blank / Madi (Hammock Music,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