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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Hampshire & Foat - Nightshade (Athens Of The North, 2018)


영국 출신 기타리스트 Warren Hampshire와 키보드 연주자 Greg Foat의 듀엣 프로젝트 H&F의 신보. 이들의 첫 앨범 Galaxies Like Grains of Sand (2017)에서 보여준 성공적인 작업은 장르 복합적 창의의 가능성을 개방하고 있기 때문에 무게 중심의 미세한 변화에 따라 다양한 음악적 모티브를 발전시킬 가능성도 함께 시사하고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올해 초에는 동화책을 테마로 The Honeybear (2018)를 발표하기도 했다. 데뷔 앨범에서 보여줬던 레트로한 감성이 두 번째 앨범에서 동화적인 상상력으로 이어지면서 H&F는 여러 소재를 적용해 표현의 다양성을 이어가면서도 자신만의 고유한 음악적 언어의 일관성을 지속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H&F의 세 번째 앨범에 해당하는 이번 작업은 이들이 지닌 다면성의 분화와 그 언어의 일관성을 확인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텍스트이기도 하다. 형식면에서는 관악과 현악 오케스트레이션의 텍스처를 활용한 사운드 스크린을 만들고 소소한 여러 악기와 H&F 자신들의 직접적인 연주로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식에서 이전 작품들과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여기에 6말7초의 친숙한 어법들을 활용하고 다양한 장르적 특징들을 도입해 친숙한 표현으로 재구성함으로써 청자와의 거리를 좁히는 전략 또한 여전하다. 때문에 이번 앨범의 Library Music Vol. 1이라는 부제는 기존 작업 전체를 포함한 H&F의 콜렉티브한 성격과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다만 여기에서 이들이 이야기하는 라이브러리 뮤직은 장르적 다양성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H&F가 표방하는 레트로한 시대 의식의 집합적 반영일 수도 있다. 특히 "Nightshade"라는 타이틀 하에서 다양한 개별 악기들의 변주를 담고 있는 연주들은 그와 같은 시대적 의식들이 어떻게 H&F의 현재 무의식에 반영되고 음악이라는 언어를 통해 표출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인덱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수집과 정리의 창의적 예를 보여주는 앨범이라 할 수 있다.


2018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