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자음악가 겸 작곡가 Jeff Greinke의 앨범. 1980년 기상학을 전공하던 학생 시절 처음 접한 작곡과 연주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음악가의 길을 택한 제프는 독창적이고 심오한 사운드와 정교하게 구성된 레이어의 조합을 통해 강한 공간적 기시감을 불러일으키는 창의적인 음악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자신을 ‘음향 조각가’라고 칭할 만큼 그가 들려주는 사운드는 다양한 어쿠스틱 및 전자 악기들을 통해 구현되고 있고, 여기에 정교한 기술적 지원과 스튜디오의 확장을 통해 풍부한 뉘앙스와 미묘한 디테일이 더해진다. 그의 연주는 OST, 무대 공연, 설치 미술 등의 분야에서도 통용되었고, 여러 밴드와 그룹 활동을 병행하면서 재즈, 월드 뮤직, 모던 클래식 등의 장르적 탐험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중에서도 기후 혹은 기상과 관련한 일련의 시리즈는 섬세한 관찰자적 묘사는 물론, 청각적 기호를 시각적 이미지로 완성하는 듯한 놀라운 디테일을 보여주는데, 이번 앨범 역시 ‘빛나는 밤’이라는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 연장에서 이루어진 작업이다. 이와 관련한 제프의 작업이 대부분 표제적 성격을 띠며, 이를 인지하는 일상적 관념과 개인의 관찰 혹은 경험을 조직해 음악적 기록으로 담아내는 방식에 따라, 이번 앨범 또한 그 특징을 충실히 따르는 모습이다. 다만 이번 앨범이 이루는 전체적인 테마와 그 고유한 분위기를 반영한 사운드 큐레이팅이 이루어졌고, ‘빛’과 ‘밤’이 공존하는 미묘한 신비감을 완성하기 위한 섬세한 음향적 아키텍처를 조직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앨범은 기존 작업과는 조금은 다른 음악적 결을 보여주는데, 다양한 텍스쳐의 사운드 대신, 명료한 대비를 위해 신서사이저를 중심으로 하는 비교적 단순한 선택적 음향을 중심으로 하는 명료한 구성이 지배적이고, 이와 같은 콘트라스트의 범위를 넓히고 좁히면서 진행과 흐름을 이어간다. 때문에 앨범은 균일한 채도를 이어가는 앰비언트적인 특성을 나타낸다. ‘밤’이라는 지배적인 환경에 의해 그중에서도 다크 앰비언트를 연상할 수도 있지만, 낮은 음역대에 조금은 러프 한 느낌은 텍스쳐를 활용하고 밀도감을 높이는 대신 이를 낮게 바닥에 깔고, 그 위에는 비교적 투명한 톤의 사운드로 연출된 플렛 시퀀싱을 이용해, 밤하늘의 별과 대지로부터 반사되는 ‘빛’을 형상화하는 듯한 묘사적 진행을 펼친다. 때문에 앨범은 어둡지 않으며, 오히려 그 밤이 품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와 미스터리에 빠져들 수 있도록 서서히 우리를 인도하고 있다.
2022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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