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Joe Lovano - Our Daily Bread (ECM, 2023)

 

미국 색소폰 연주자 Joe Lovano를 중심으로 피아니스트 Marilyn Crispell과 드러머 Carmen Castaldi이 함께하는 Trio Tapestry의 앨범.

 

1980년대에 데뷔한 조는 미국 재즈의 전통 내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뮤지션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언어와 표현에 경계를 두지 않는 포용성을 지닌 창작자이기도 하다. 정통적인 어법에 충실한 작업에서부터 표현의 확장을 지향하는 실험적인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작의 인상적인 성과를 선보이면서도, 자신만의 고유한 음악적 입지를 구축한 흔치 않은 음악가이기도 하다. 동시에 그는 뛰어난 작곡가이며, 밴드 리더이자, 수많은 동료 아티스트를 위해 헌신한 훌륭한 연주자이기도 하다.

 

동료들과의 협업은 Paul Motian, Steve Kuhn, Steve Swallow, John Abercrombie, Bill Frisell 등과 같은 뮤지션들과의 작업으로 이어지며, 1980년대 중반부터 ECM과 오랜 인연을 맺어왔지만, 조의 리드 타이틀을 레이블을 통해 발표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마릴린과 카르멘이 함께한 Trio Tapestry (2019)가 그 첫 녹음이며, Garden of Expression (2021)을 통해 트리오의 성과는 맥을 이어가게 된다. 조는 자신의 음악적 여정과 관련한 경험을 마치 사적인 대화로 풀어가는 듯한 앙상블을 완성하는데, 이는 오랜 기간 각자의 방식으로 재즈의 변화를 관통해 온 마릴린이나 카르멘과 함께 공유하는 동료의식의 결과이기도 하다.

 

세 번째 트리오 녹음인 이번 앨범 또한 지금까지의 전작들과 비슷한 대화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조의 작곡에 기반한 테마를 중심으로 각자의 자율성에 의지해 자연스러운 공동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밟고 있다. 형식은 자유로우며 표현의 제한도 존재하지 않는다. 여전히 베이스 없는 진행이지만 마릴린의 왼손이 그 역할을 대신하지도 않으며, 카르멘의 드럼 또한 강박적인 리듬을 정의하지 않는다. 음악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굴곡과 호흡 그 자체가 리듬의 역할을 대신한다. 멜로디와 하모니의 자연발생적 진화를 다루기라도 하듯, 즉흥적 모멘텀을 확장하면서도, 때로는 침묵으로 개입하는가 하면, 서로의 주장을 통합하는 집합적인 표현을 이루기도 한다. 이 과정은 음악의 구조에 기반한다는 느낌보다는, 넓은 화폭의 캔버스에 조심스럽게 각자의 붓필을 더하며 공간을 채워간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유연하고 여유로운 프레이즈만으로도 밀도를 채워가는 모습에서 TT의 음악적 무게감을 경험할 수 있다. 일상적 대화를 이어가는 듯한 인터플레이의 유연함 속에는 주제에 대한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긴밀함이 존재하여, 이들이 나누는 음악적 이야기는 무척 지적이고 내용 역시 풍부한 상상력을 자극할 만큼 깊이 있다. 주제는 일상적이면서도 탐미적이며, 때로는 추상적 집약을 통해 핵심을 축약하는 섬세한 라인을 통한 묘사적 표현을 구사하는가 하면, 곡에 따라 낭만적 서사를 섬세하게 담아내는 듯한 서술적 진행도 포함하고 있어, 트리오가 지닌 언어의 유연함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보여주는 공간 활용 또한 무척 여유로워, 마치 우연적 조우 속에서 서로 대면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각자의 자율적 의지를 발현하면서도, 상호 간의 치밀한 인과성을 지속하여, 영적인 대화를 이어가는 듯한 모습은 차분하면서도 우아함을 간직하고 있다. 에너지를 외부로 발산하는 대신 이를 음악적 결속을 위해 응집하는 듯한 집중력을 지속하고 있어 강한 텐션을 내포하지만, 그 표현에서는 시적인 미려함으로 드러나고 있어 무척 감동적이다.

 

“One For Charlie”를 통해 Liberation Music Orchestra를 비롯해 Paul Motian의 On Broadway 시리즈에서 함께했던 고 Charlie Haden에 대한 개인적인 추념을 전달하고 있다. 이제는 고인이 된 수많은 전설들과 조가 함께했던 작품들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지금의 트리오만으로도 이미 현재 진행 중인 레전드의 기록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20230505

 

 

 

 

related with Joe Lov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