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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kob Bro & Joe Lovano - Once Around The Room: A Tribute To Paul Motian (ECM, 2022)

 

덴마크 기타리스트 Jakob Bro와 미국 색소폰 연주자 Joe Lovano가 공동으로 이끄는, 고 Paul Motian 헌정 앨범.

 

1931년 미국에서 태어나 2011년 9월 22일 세상과 이별한 폴의 음악 여정을 보면, 마치 미국 현대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현장에 있었던 포레스트 검프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Bill Evans와 함께 황금 트리오의 전설을 완성했고, Keith Jarrett과 오랜 기간 수많은 명작을 탄생시켰으며, 이 외에도 70년대 이후 모든 시대를 거쳐 신구를 아우르는 당대 최고의 현역들과 폭넓은 분야에서 음악적 헌신을 지속하게 된다. 그는 연주자로서 뿐만 아니라 작곡과 그룹 리더로도 활발한 창의를 보여주는데, 특히 1970년 이후 ECM을 비롯해 Soul Note, JMT, Winter & Winter 등의 레이블을 통해 재즈사에 중요하게 언급될만한 녹음과 성과를 발표하기도 한다. 여담으로 그는 한국전에도 참전했으며 우드스톡 무대에도 올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폴의 타계 이후 여러 편의 헌정 앨범이 발매되었는데, 그중에서도 이번 작업만큼 고인의 음악적 삶과 깊은 연관을 지닌 녹음은 흔치 않은 듯싶다. 폴과 조는 기타리스트 Bill Frisell과 함께 1980년대 초부터 약 30년 동안 수많은 녹음과 세션 등을 통해 재즈가 지닌 언어의 유연성과 표현의 다양성을 실험하며, 일련의 연작으로 이어진 On Broadway Vols. 1-5 (1989-2009)와 같은 유산을 남기기도 했는데, 그중 I Have the Room Above Here (2005)는 그 타이틀은 물론 커버 아트의 분위기에서 이번 헌정 앨범과 묘한 기시감을 느끼게 한다. 폴은 최고 기량을 지닌 당대의 현역은 물론 새롭게 등장한 기량 있는 소장들과의 작업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두 명의 기타리스트를 좌우에 배치해 독특한 연주 공간을 연출했던 The Electric Bebop Band는 그 대표적인 예 중 하나다. 야콥은 TEEB의 아이디어를 개념적으로 확장한 Paul Motian Band의 Garden Of Eden (2006)을 통해 드러머와 공식적인 기록을 남기게 되는데, 실제로는 그전부터 폴의 투어 밴드의 일원으로 몇 년을 함께 지냈으며, 야콥의 리드 작인 Balladeering (2009)은 고인의 제안과 후원으로 완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앨범은 야콥과 조 외에 더블 베이스 Larry Grenadier와 Thomas Morgan, 베이스 기타 Anders Christensen, 드럼 Joey Baron과 Jorge Rossy 등이 참여하고 있다. 멤버 각자가 폴과 지닌 개인적인 인연도 흥미롭지만, 개별 유닛 형식이 아닌 전체 뮤지션들이 함께 녹음에 참여하는 셉텟 포맷으로 진행되었다는 점 역시 매우 이색적이다. 녹음은 폴과 조의 오랜 인연을 상징하기라도 하듯, 함께 많은 리코딩을 남겼던 코펜하겐의 Village Recording 스튜디오에서 진행되었으며, 감염병에 따른 이동 제한이 여전히 존재하던 2011년 11월에 유럽 각지와 미국에서 모인 각국의 아티스트가 모여 이루어졌다. 이와 같은 포맷은 과거 같은 장소에서 고인의 리드로 진행된 더블 베이스와 일렉트릭 베이스, 2명의 색소폰, 야콥을 포함한 3명의 기타와 함께 진행된 PMB의 세션을 복원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하며, 여기에 폴의 부재와 대체 불가능함을 상징하기라도 하듯 2명의 드럼을 포함하게 된다. 이에 대해 조는 ‘작은 오케스트라’라는 표현을 썼고, 야콥과 함께 공동 리드로 진행된 연주 방식에 대해서도 ‘매우 오케스트라적’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앨범은 마치 거장의 음악적 성과를 집약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데, 리더로서 폴이 이끌었던 주요 작업에 참여했던 조와 야콥이, 자신들의 관점에서 이를 정리하고 요약하는 듯하다. 이번 앨범에 수록된 조의 오리지널 “As It Should Be”는 고인과의 첫 ECM 녹음인 It Should’ve Happened Long Ago (1985)에서 12 음계의 패턴을 활용한 몽환적인 진행을 떠올리게 하며, 야콥의 두 오리지널은 역동적인 드러머의 이면에 상존했던 미적 섬세함을 복원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이번 녹음의 두 리더 각자의 관점을 반영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Jack of Clubs (1985)에 수록되었던 폴의 원곡인 “Drum Music”을 제외하면 드럼의 공간이 전면에 부각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퍼커시브 한 표현의 우위보다는 일련의 음악적 합의를 전제로 하는 ‘오케스트라적’인 공간 구성에 음악적 아이디어를 집중한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어쩌면 이는 지금까지 폴이 작업했던 많은 작품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대신, 공간을 공유하는 상대와의 인테랙티브 한 연관 속에서 창의적 연주를 이어가며 이를 통합했던 고인의 방식을 재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이번 앨범은 미국 현지의 주류와 유러피언으로 대변되는 일련의 실험적 흐름을 음악적 실천으로 통합했던 고인의 흔적들을, 맴버의 구성을 비롯한 장소적 상징성 등을 통해, 비교적 충실히 재현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깊은 인상을 준다. 또한 TEEB, Band, Trio를 비롯한 거장의 다양한 음악적 유산을 각자의 관점에서 정의하고 이를 복원한 점 역시 이번 작업의 중요한 의미가 아닐까 싶다. 개별성을 개방하면서도 이를 하나의 공간으로 통합하며 완성했던 거장의 음악을 떠올려 본다면, 이번 앨범은 가장 폴 다운 결과가 아니었나 생각하게 된다.

 

 

2022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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