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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Joep Beving - Trilogy (Deutsche Grammophon, 2021)

네덜란드 피아니스트 Joep Beving의 3부작 통합 앨범. 이번 모음집은 기존에 발표된 앨범과 몇 개의 미발표곡들이 수록되어 있다. 때문에 디지털 음원 발표보다는 윱의 지난 작업이 180g 중량반 7LPs 박스 세트로 묶여 발매되었다는 점에 더 큰 의미가 있고, 특히 초판본에 한해 자필 서명이 담겨 있어 그의 팬은 물론 콜렉터를 위한 아이템으로도 가치를 지닌다. 윱의 음악은 복잡한 감정을 담은 단순한 음악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10대 때 손목 부상으로 포기해야 했던 피아노와 평범한 직장 생활을 거쳐 비교적 늦은 나이인 30대 후반에 그동안 꿈으로 간직했던 음악가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되는데, 할머니가 물려주신 Schimmel 업라이트로 녹음한 Solipsism (2015)이 그 출발점이다. 하지만 앨범은 발매사를 찾지 못해 iaregiantrecords라는 레이블 이름을 빌려 자주 발매 형식으로 발표하는데,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윱의 연주가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면서 DG 레이블의 눈에 띄게 된다. 무명 신인이나 마찬가지인 윱은 DG와 파격적인 계약을 맺게 되고, 이후 발매된 Prehension (2018)은 이 중년의 은둔자를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리게 된 계기가 된다. 그리고 Henosis (2019)를 발표함으로써 윱의 이번 3부작이 완성되는데, 그 과정은 마치 소외된 내면의 사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해 일상적 관심을 확장하고 마침내 세상에 대한 넓은 시선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담론이 확대되고 그에 따라 피아노 주변을 장식하는 사운드의 꾸밈도 조심스럽게 넓어졌지만, 이 3부작에서는 늘 항상 내면의 정서와 깊이 연관된 의식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어쩌면 이를 가장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 윱의 오랜 협력자인 Rahi Rezvani의 이번 커버 아트가 아닐까 싶다. 사적인 내면의 이야기는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이는 동류의식으로 이어져 마침내 세상과 자신을 연관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4년 동안의 과정이 이번 세트에 고스란히 담긴 셈이다. 실제로 그 과정 중에는 조심스러운 음악적 자기 확장을 모색했던 Conatus (2018)도 있었고, 최근에는 윱의 음악이 지닌 장르적 진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리믹스 모음 ZERO (2021) 또한 존재하기 때문에, 어쩌면 그의 음악은 여전히 진행 중인지도 모른다.

 

20210807

 

 

 

related with Joep Beving

Joep Beving - Prehension (Deutsche Grammophon, 2017)

- Joep Beving - ZERO: Hanging D Remixes (Deutsche Grammophon,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