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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Joep Beving - ZERO: Hanging D Remixes (Deutsche Grammophon, 2021)

네덜란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Joep Beving의 앨범. 다음 달 3부작 합본 앨범 발매를 앞두고 깜짝 선물처럼 등장한 이번 작업은 Henosis (2017)에 수록되었던 "Hanging D"와 더불어 이를 대상으로 Max Cooper, Polynation, Afrodeutsche, Alva Noto, Colin Benders, Cello Octet Amsterdam 등 여러 뮤지션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재구성한 트랙들을 담고 있다. 이처럼 쟁쟁한 뮤지션들이 이번 리믹스 작업에 참여하고 있어 최근 몇 년 사이에 급격히 달라진 윱의 음악적 위상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Bm 스케일의 D 키 하나만을 반복적으로 연속해 타건하고 여기에 3개의 기본 코드와 응용 코드들을 간단한 주법들로만 연주하면서도 단순한 속도와 벨로시티만으로도 미니멀한 공간에 풍부한 정서적 온기를 담아내고 있다. 그만큼 원곡 자체는 리믹스를 위한 제한적인 모티브만을 제공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 점에서 뮤지션들의 개별적인 취향이나 특징들을 부각할 수 있는 훌륭한 원재료가 되기도 한다. 또한 한편에서는 윱의 오리지널이 어떤 장르적 형식으로 분화하고 전개될 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막스 쿠퍼는 원곡의 오리지널리티를 살리면서도 완벽하게 자신의 스타일로 재구성하는 놀라운 리믹스 버전을 선보였다면, 폴리네이션은 자신의 장르적 특징 속에서 어떻게 윱의 모티브가 활용되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같은 일렉트로닉 계열의 뮤지션이라고 해도 서로 다른 접근을 보여주고 있어 흥미롭다. 아프로도이치는 원곡에 지닌 다양한 분화의 가능성에 주목해 이를 통합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알바 노토는 오리지널의 구성 요소들을 하나하나 해체한 후 새로운 사운드 텍스쳐로 재구성하면서 자신의 음악적 색을 부각하기도 하고 있어 무척 인상적인 느낌을 준다. 콜린 벤드스는 해체에 가까운 작업을 통해 윱의 모티브들이 어떻게 새로운 장르적 양식으로 재구성될 수 있는지를 모색했다면, 첼로 옥텟 암스테르담의 연주는 원곡이 지닌 현대 작곡의 특성에 주목하여 이를 실내악의 무대로 옮겨오는 진지한 접근을 담아내고 있다. 윱의 내밀한 상상력을 엿볼 수 있으면서 동시에 일렉트로닉과 모던 클래시컬 내에서의 음악적 진화 가능성을 직감할 수 있는 앨범이다.

 

20210716

 

 

 

related with Joep Beving

- Joep Beving - Prehension (Deutsche Grammophon, 2017)
- Joep Beving - Trilogy (Deutsche Grammophon,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