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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Jung Jaeil, 23, Park Min Ju - Squid Game (Netflix, 2021)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OST. 음악 작업에는 영화는 물론 폭넓은 활동 영역을 자랑하는 작곡가 정재일, 국내 다수의 뮤지컬에서 음악감독을 맡은 23, 가요와 더불어 드라마 분야에서도 활동 중인 작곡가 박민주가 함께 완성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번 넷플릭스 시리즈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욕망'이라는 개념을 확장해 거대한 이야기의 구조를 완성하고, 그 안에 인간 개인의 구체적 삶까지 녹여냈다는 점이다. 극 중 황준호가 실종된 친형의 고시원을 찾아갔을 때 벽과 책장 그리고 책상 위에 가지런히 배치된 다양한 욕망의 상징 속에 자크 라캉의 '욕망 이론'은 고스란히 그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타인의 욕망을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단순히 광고나 마케팅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456억이라는 구체적인 금액의 현금과 이를 위해 그 대가로 목숨을 걸어야 하는 극 중 게임의 법칙은 그 자체로 매우 직설적이다. 그러면서도 유일한 욕망이라고는 유희 그 자체였던 어린 시절의 놀이를 이용한다는 것은 무척 그로데스크 한 설정이며 강한 대비를 이룬다. 연출에 따라 무척 칙칙해질 수 있었던 이러한 내용은 밝은 채도의 색을 이용한 몽환적인 세트와 더불어 초등학교 혹은 국민학교 시절 음악 수업 시간에 친구들과 했을 법한 곡을 삽입함으로써 기괴한 현실성을 극대화한다. 그만큼 이번 시리즈에서 음악이 수행하는 역할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3-3-7 리듬에 맞춰 소고와 리코더로 이루어진 "Way Back Then"은 어린 시절 함께 했던 합주(심지어 삑싸리? 까지)와 같지만, 진행을 이어가면서 마카로니 웨스턴 스타일의 황량함을 느끼게 한다. 퍼커션으로 이루어진 "The Rope is Tied"나 "Hostage Crisis"는 마치 중세 검투사들의 대치를 보는 듯한데, 콜로세움을 연상하게 하는 집단 숙소를 떠올린다면 참으로 절묘한 시각과 청각의 조화가 아닐 수 없다. 극 중에서 처음 들었을 때는 우습게 느껴졌던 "Pink Soldiers"는 게임이 진행될수록 점차 공포스럽게 들리기 시작했고 "Needles and Dalgona"에 이르러서는 이미 잔혹동화와 같은 심리적 불안과 더불어 너무나도 허탈하게 해소되는 긴장을 경험하게 한다. 이와 같은 묘사적인 개입 외에도 음악은 상황에 따른 극 중 인물들의 감정에 안착하는 연주를 들려주기도 하는데 오케스트레이션을 이용한 "It Hurts So Bad"를 비롯해 펠트 한 피아노 사운드에 리버브를 입힌 "Wife, Husband and 4.56 Billion" 등이 대표적이다. 음악만으로도 다양한 장르적 특색이 뒤얽혀 장엄한 내러티브를 이루고 있으며, 동시에 "Dawn"이나 "Let’s Go Out Tonight"와 같이 그 자체로 훌륭한 완성을 이루는 인상적인 곡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시리즈만큼이나 인상적인 OST다.

 

2021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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