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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Luca D'Alberto - Endless Reworks (7K!, 2018)


이탈리아의 작곡가 루카 디 알베르토의 신보. 이번 앨범은 작년에 발매된 알베르토의 데뷔 앨범 Endless (2017)를 아홉 명의 뮤지션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재구성한 결과물들을 담고 있다. 데뷔 앨범 발매 이후 "Wait For Me", "Her Dreams", "Screaming Silence" 등의 수록곡들에 대한 열련의 리믹스 싱글을 발표하여 이와 같은 작업이 이어질 것을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지만 수록된 아홉 곡 전체를 대상으로 동일한 트랙 순서에 따라 재구성을 진행한 앨범을 발표하게 된다.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작업에 참여한 뮤지션들로 Robert Lippok, Ryan Teague, Dæmon Tapes, Machinefabriek, Fabian Russ, Dictaphone, Yehezkel Raz를 포함해 레이블 동료인 Niklas Paschburg, Hior Chronik 등 어느 한 사람 소홀히 넘어갈 수 없는 최고의 라인업이 함께하고 있다. 피아노와 현악으로 이루어진 전작과 이번 재구성 앨범 사이에는 극명한 장르적 차이가 존재한다. 흔히들 예상하듯 원곡의 테마를 차용해 전자악기로 다시 연주하거나 그 위에 효과를 덧씌우는 단순한 방식이 아니다. 화성, 리듬, 멜로디는 물론 원곡의 모든 기악적 구성과 편곡 양식을 해체하고 이를 추상화하여 곡의 핵심 요소에 근거하여 다시 연주를 완성시키는 방법으로 장르의 전이를 도모하고 있다. 때문에 앨범 대 앨범으로 대질하면 전혀 다른 음악적 문장을 보여주지만, 곡 대 곡으로 대면하면 서로 동일한 텍스트를 각자의 언어로 읽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물론 원곡자인 알베르토의 적극적 개입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고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뮤지션들이 자신들의 가치관을 반영한 재구성 작업이지만 앨범 전체가 일관된 지향점을 지니고 있다는 점 또한 흥미롭다. 어쩌면 모던 클래시컬로 통칭되는 현대 작곡의 한 분야에서 이룩한 음악적 성과가 다양한 표현의 가능성과 계기를 개방함으로써 장르적 확장성까지 도모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전작에서 느꼈던 다양한 사운드의 질감이 오히려 이번 앨범에서는 일관된 텍스쳐로 드러난 점 또한 흥미롭다. 전작에 이어 또 다른 놀라움을 경험한다.

2018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