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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Mammal Hands - Gift from the Trees (Gondwana, 2023)

 

영국의 창의적인 재즈 트리오 Mammal Hands의 앨범.

 

2012년 영국 동부 변방 도시 중 하나인 노리츠 출신 색소폰 Jordan Smart와 피아노 Nick Smart 형제, 그리고 드럼/퍼커션 Jesse Barrett이 모여 결성한 MH는, 처음 출발점에서부터 기존 재즈의 어법과는 다른 자신들만의 고유한 음악적 세계를 탐구하며 지금까지 흥미로운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라이브 세션에 기반하고 있으면서도, 개별 공간의 개방을 통한 임프로바이징의 확장보다는, 그룹의 에너지를 내부로 응축하는 듯한 미니멀한 구성과 진행 양식을 통해, 민속과 클래식 등의 주변 장르적 표현을 내면화하며 MH만의 독창적인 사운드를 선보인다.

 

최근 스미스 형제는 Sunda Arc라는 듀오 프로젝트를 새롭게 선보이며 기존 MH보다 확장적인 음악적 표현을 선보이기도 했는데, 기존 어쿠스틱 연주에 다양한 전자 음향의 활용을 통해 일렉트로닉과 테크노 등의 감각적 취향을 드러낸다. 이와 같은 새로운 표현이 MH의 음악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지만, 현재로서 듀오와 트리오는 각기 다른 스타일을 대변하는 별도의 프로젝트라는 점을 이번 앨범을 통해 다시 한번 분명히 하는 듯 보인다.

 

MH의 공식 다섯 번째 릴리스인 이번 앨범은, 기존 트리오의 고유한 음악적 성격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동시에 창작 방식의 변화를 통해 MH의 음악적 접근을 새롭게 갱신하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즉흥적 라이브를 통해 세 명의 멤버 모두 작곡 과정에 고루 참여하는 기존의 작업 방식은 동일하지만, 주거용 스튜디오에서 시간의 제약 없이 보다 집단화된 의사 결정 과정을 거치며 수많은 음악적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이를 음악 창작에 반영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같은 창작 과정의 변화는 MH의 음악에도 미묘한 방식으로 반영된다. 자율적 표현과 구조적 진행의 연관은 유기성과 유연성을 함께 함축하는 방식으로 드러나며, 공간의 구성 또한 보다 내밀한 응집을 이루며 MH의 특징을 강화한다. 각 파트 모두 미니멀한 양식의 라인을 구사하며 멜로디 또한 간결한 프레이즈를 중심으로 플로우를 진행하는 명료함을 보인다. 특히 피아노의 경우에도 코드 진행에 기반한 아르페지오나 일련의 반복적 패턴을 구조화하며 전체 연주의 양식적 규범을 견고하게 구축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때로는 강박적이라는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리듬의 상대적 자율성을 개방하는 동시에, 다른 멜로디 라인의 선명함을 부각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는 개별 곡은 물론 앨범 전체의 비의적 혹은 민속적 분위기를 더욱 미묘하게 완성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피아노의 임프로바이징 또한 무척 간결한 축약적 진행을 보이며 이후에 이어질 솔로 연주를 위한 지반을 섬세하게 구축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주는데, 이는 클라리넷/색소폰의 라인과 공간적인 대비를 연출하여, 제한적인 편성 내에서의 긴장을 구조화하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MH의 음악적 내밀함이 경직된 표현으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은 무척 인상적이다. 곡의 성격에 따라 때로는 클래식적 엄밀함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구조화된 양식 안에서도 독특한 그루브로 몰입 있는 진행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만큼 모든 사운드의 조합은 유기적이면서, 동시에 그 집합적 표현에서는 다양한 유연성을 포함하고 있다. MH 고유의 음악적 정체성을 견고히 하면서, MH적인 방식으로 스스로의 진화를 모색한, MH다운 앨범이다.

 

 

2023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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