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Mark Slater의 앨범. 마크의 음악이 지닌 다면성은 다른 뮤지션들과의 협연을 통해 표출되는 연주자로서의 모습에서뿐만 아니라, 작곡 및 제작자로서 개입해 이루어낸 여러 성과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작곡의 경우 비교적 최근만 하더라도 보컬과 앙상블을 위한 작업을 비롯해, 관악과 일렉트로닉을 결합한 실험적인 오케스트레이션 등, 새로운 시도와 아이디어로 가득하며 그 장르 또한 클래식, 재즈, 일렉트로닉 등을 포괄하는 다양한 양식을 보여준다. 연주 또한 Stuart McCallum과의 협업으로 완성한 일련의 싱글들을 포함한 Music for Imaginary Film (2022)을 발표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마크의 첫 솔로 작업인 이번 앨범은 피아노가 지닌 다중의 텍스쳐를 레이어링 하여 풍부한 뉘앙스를 지닌 앙상블을 완성하고 있다. 그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이번 작업에 Yamaha U3 업라이트를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펠트 하면서도 투명하게 울리는 특유의 음색은 복합적인 여러 소리의 중첩을 거치면서 밀도 있고 무게감이 느껴지는 매력적인 하모니를 이루게 된다. 기본적인 피아노 소리에 여러 물리적 장치를 활용한 튜닝을 통해 완성된 사운드의 레이어링이라는 비교적 단순한 구성을 지니고 있지만, 작곡 및 편곡의 의도에 따라 정교하게 배열된 각각의 라인들은 저마다의 고유한 특징을 드러내며 서로 대비와 대치를 이루며 독특한 앰비언스를 완성한다. 테마는 미세하게 다른 벨로시티와 템포에 의해 연주되는 단일한 코드에 의해 이루어지기도 하고, 반복적인 코드의 연속적인 진행이나 기본음을 중심으로 하는 아르페지오 등 미니멀한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이는 진행에 따라 확장된 표현으로 진화하거나 주법이나 연주에 의해 다른 양식으로 전화하는 등 그 전개의 과정 또한 다양하다. 이는 각각의 곡마다 서로 다른 구성과 진행 특성을 보여주고 있어, 어쩌면 작곡을 통해 의도된 이와 같은 과정 자체가 멜로디보다 더 큰 음악적 힘을 발휘한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세밀하게 레이어링 되어 중첩을 이루는 주변적인 사운드는 같은 기악적 특성을 보이면서도, 서로 대비를 이루는 톤과 텍스쳐의 차이를 명확히 하는 사운드 튜닝을 거치고 있어, 묘한 대칭적 균형과 긴장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테마와 대위적인 라인 및 주변적인 사운드가 어떤 조합을 이루고 이 균형점을 어떻게 이동시키며 새로운 앙상블을 구성하느냐에 따라 곡의 진행과 흐름이 완성된다. 때로는 이와 같은 과정이 수학적으로 계산된 듯한 치밀함처럼 보이지만, 그 결과에 있어 무척 농밀한 시적 긴장을 품고 있어, 몰입하며 경청을 이어가게 된다. 거부하기에는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20220318
related with Mark Slater (as Nightports)
- Nightports & Matthew Bourne - Nightports w/ Matthew Bourne (The Leaf Label,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