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인스트루멘탈 그룹 Nordic Giants의 앨범. Rôka & Loki의 듀오 프로젝트로 2010년에 결성, 암울하면서도 아름다운 음악적 세계관을 선보이며 시네마틱 한 분위기와 극적인 무대 공연으로 폭넓은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다. 이들의 음악은 스테이지 퍼포먼스의 요소처럼 느껴질 만큼 라이브에서 NG가 보여주는 비주얼 아트 또한 인상적인데, 당연히 지난 3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전 세계적인 감염병 사태는 이들에게는 큰 시련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이번 앨범은 Amplify Human Vibration (2017)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NG의 반가운 신보이며, 동시에 본격적인 투어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번 작업에서도 Rôka & Loki는 타악기, 기타, 피아노, 신서사이저, 관악기 등의 여러 악기들을 직접 소화하고 있고, 이전과 마찬가지로 각 곡에 맞는 여러 명의 보컬들을 비롯 현악기와 기타 연주자 등을 게스트로 초청해 연주를 완성한다. NG는 지금까지 발표한 각각의 앨범마다 나름의 선엄적인 메시지를 담아냈는데, 이번에는 그 타이틀에서도 드러나듯이 ‘공생’이라는 단어가 서사의 핵심을 이룬다. 서로 다른 두 대상적 주체의 공존이라는 소극적인 의미를 넘어, 조화와 하모니, 혹은 융합과 혼합이라는 적극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봐서, 다분히 예술적 유토피아를 표방하는 듯하지만, 이들이 뮤지션이기에 충분히 공감하고 지지할 수 있는 음악적 선언이다. 예전에는 NG의 음악을 포스트-록의 맥락에서 감상했던 기억이 있지만, 확실히 이번 앨범을 통해 이전 작업들을 되돌아보면, 오히려 그보다는 훨씬 더 넓은 범주에서 수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NG의 음악이 지닌 특유의 암울함이나 요소적인 사운드에서 포스트-록과 슈게이즈를 연상하게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여러 게스트 뮤지션들의 도움으로 이들이 완성하는 다층적인 기악적 특성이나 구체적이고 명료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세밀하게 구성된 서사적 내러티브 등은 이전 시대의 성공적인 음악적 경험들을 새로운 환경에 맞춰 자신들의 방식으로 공유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작업 방식에서는 Alan Parsons Project가 떠오르고, 시네마틱 한 장엄함을 특유의 음악적 서사로 풀어가는 과정은 Sigur Ros를 연상하게 하고, 화려한 비주얼 아트의 스테이지 퍼포먼스는 Pink Floyd를 기억하게 한다. 하지만 NG는 그 누구에게도 귀속되지 않는 자신만의 고유한 음악적 언어가 존재하며, 그 표현 또한 시대를 넘어설 수 있는 강한 보편적 힘을 지니고 있다. 오랜 기다림 끝에 큰 감동을 전해주는 가슴 벅찬 앨범이다.
20220213
related with Nordic Giants
- Nordic Giants - Amplify Human Vibration (self-released,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