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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at Metheny - Dream Box (Modern, 2023)

 

미국 재즈 기타리스트 Pat Metheny의 솔로 앨범.

 

위대하다는 말조차도 부족한 표현일 수밖에 없는 기타리스트에 대해, 어떤 부연이나 첨언을 더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전통의 계승자에서 현대의 창의자로 스스로를 갱신했고, 매번 새로운 도전을 통해 재즈가 지닌 현재적 의미를 증명하고 있기에, 팻의 존재는 재즈의 유산과 현재를 동시에 대표하는 하나의 상징과도 같다. 그는 여전히 현역으로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투어와 공연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닌 1년 동안 160개의 무대를 소화한 것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이번 앨범은 투어 기간 이동 혹은 휴식 중에 팻의 드라이브에 저장된 옛 기록들을 복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옛 동료인 Charlie Haden의 조언을 받아들여, 새로운 곡을 악보로 남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간단한 연주 녹음을 하드에 저장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폴더 안에는 이러한 작곡은 물론 새 악기, 스텐더드, 초안 등 다양한 자료들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틈이 날 때마다 폴더를 살펴보던 중, 다양한 파일들 사이에서 일관성을 유지하는 일련의 프로그램들을 선별하고, 이번 앨범을 완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앨범에 수록된 9개의 트랙에는 “Never Was Love”, “I Fall In Love Too Easily”, “Morning Of The Carnival” 등과 같은 넘버들도 포함하고 있으며, 나머지 6곡은 팻의 오리지널로 채워졌고, 더블 LP로 발매한 바이닐 버전에서는 “Blue In Green”이 담겨 있다. 각 트랙마다 다른 기타로 연주한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만큼 톤과 사운드의 미묘한 차이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평소 접해왔던 팻의 고유한 상징적 캐릭터는 그 모든 간극들을 자연스럽게 아우르고 있다. 오버 더빙으로 어쿠스틱과 일렉트릭을 혼용하여, 주로 어쿠스틱은 코드 진행으로 이루어진 후면을 담당하고 일렉트릭이 즉흥적인 모티브에 기반한 라인을 이끌고 있지만, 이 둘 사이는 긴장이나 대비보다, 톤과 다이내믹의 적절한 균형점에 수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톤 사운드의 밸런스는 데뷔 초기부터 이어진 팻의 고유한 특징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이는 밴드 라인-업은 물론 듀엣과 같은 단출한 공간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매력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때문에 앨범은 마치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멜로디나 전개 방식이 지닌 유사한 특징은 물론, 기타의 하모닉스가 연출하는 고유한 분위기는 묘한 정서적 기시감을 경험하게 한다. 간단한 오버 더빙으로 이루어진 솔로라는 단출한 공간 구성 안에서, 기교적인 요소들을 특별히 강조하지 않으면서도, 딜레이나 리버브 등의 이펙트가 프레이즈를 침범하지 않는 담백한 진행은, 오래전 찰리 헤이든과 녹음한 Beyond The Missouri Sky (1997)를 떠올리게 한다. 한편에서는 지금까지 팻이 보여준 폭넓은 스펙트럼이 펼쳐질 수 있는, 빛의 굴절점에 위치한 가장 근원적인 표현을 다룬다는 인상도 갖게 된다. 기존 솔로 작업 중, 겉으로 드러나는 스타일만 보면 New Chautauqua (1979), One Quiet Night (2003), What’s It All About (2011) 등이 서로 다른 특징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 바탕에는 이번 앨범에서 보여준 내밀함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표출된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하게 된다.

 

그 어떤 부속도 장착하지 않은 빈 일렉트릭 기타를 박스라고 부르는 것에서, 이번 앨범 제목이 유래했다고 하는데, 화려함이나 주변적 장식을 배제한 기타 자체의 울림을 깊게 전하고 있고, 팻이 지금까지 펼쳤던 음악적 꿈도 집약하고 있어, 설득력 있는 타이틀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70을 앞둔 거장의 평온한 연주는 그 어느 순간보다 진솔하며, 소박하고 간결한 표현만으로도 모든 음악적 균형을 온전하게 실현하고 있는 앨범이다.

 

 

2023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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