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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enguin Cafe - Rain Before Seven… (Erased Tapes, 2023)

 

영국 작곡가 겸 뮤지션 Arthur Jeffes가 이끄는 Penguin Cafe의 앨범.

 

1997년 Simon Jeffes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지 10년 후인 2007년, 그의 아들 아서는 아버지의 음악적 유산인 Penguin Cafe Orchestra의 성과를 되돌아보기 위한 기념 연주회를 개최한다. 10주기 추모 공연에 대한 대중의 반응에 고무된 아서는, 당시 여러 그룹에서 활동 중이던 재능 있는 여러 뮤지션들을 중심으로 밴드의 라인-업을 정비하고, 자신이 작곡한 새로운 곡을 더해 2009년 Penguin Cafe를 정식 출범하게 된다.

 

다양한 연주 악기의 편성을 통해 오케스트레이션을 연상하게 하는 풍부하면서도 실험적인 사운드에는 세상에 존재하는 다채로운 색감과 여러 감정도 함께 담아내는 듯한 풍요로움을 지니는데, 이 과정에서 개입하는 여러 장르적 표현들의 혼용은 PCO의 음악이 지닌 독특한 특징을 이루기도 한다. 이와 같은 선대의 음은 PC가 계승해야 할 음악적 유산인 동시에, 자신만의 새로움을 담아 현대적으로 갱신하기 위한 출발점이기도 하다. 지난 15년 가까이 PC의 이름으로 선보인 다양한 작업은, 이와 같은 계승과 갱신의 경계에 대한 아서의 음악적 고민을 반영하는 듯하다.

 

PC의 다섯 번째 정규 작업인 이번 앨범에서는, 선대 PCO의 유산에 더 가깝게 다가서려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보여준다. PC 초기 시절의 음악적 고민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접근을 찾기 위한 과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다양한 음악적 실험 속에서도 경쾌함과 활기를 담아냈던 선대의 음악적 분위기에 주목하고, 아서와 PC의 낙관적인 시선을 담아낸 것은 이번 작업의 큰 매력이기도 하다. 지난 감염병 사태로 인한 봉쇄와 고립을 가족의 흔적이 있는 장소에서 보내며, 과거의 기억을 다시금 떠올리고 새롭게 발견하며 완성한 “Galahad”와 “Lamborghini 754” 등을 비롯해, 어려운 시대를 견딜 수 있는 유쾌한 희망의 메시지를 다수 포함하고 있다. 이는 각 트랙의 여러 제목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으며, “Rain before Seven, fine before Eleven”이라는 영국의 오래된 속담에서 따온 앨범의 타이틀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여러 장르 및 민속적 특징을 결합해 풍부한 공간을 재현했던 방식에서 주로 활용했던 타악적 요소를 상대화하는 대신, 우쿨렐레, 쿠아트로, 멜로디카, 덜서톤 등과 같은 아기자기한 악기 연주를 배열함으로써, 이번 앨범만의 독특한 경쾌함을 재현하고 있다. 기악적 소스와 여러 악기의 사운드는 마치 각자의 공간에서, 그 자체로 독립성을 지닌 하나의 우주를 형성하는 듯한 모습처럼 배열되고, 상호 간의 조우만으로도 온전한 균형화 조화를 이루는 자연스러움을 연출한다. 다양한 이국적인 리듬이 전하는 활기와, 쉼 없이 이어지는 멜로디의 유쾌함은, 마치 자율적인 각자의 흐름을 지니는 듯하지만, PC 특유의 구조화된 입체적인 공간 속에서 특유의 기능과 역할을 명확히 하고 있으며, 모든 요소의 개별적인 특징에도 불구하고 그 전체는 하나의 견고한 음악적 언어로 통합되는 웅장한 총체성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음악적 작용이 가능할 수 있었던 하나의 요인으로 PC의 오랜 동료인 Oli Langford의 역할을 꼽을 수 있는데, 다수의 트랙에 아서와 공동 작곡에 참여하며 편곡에도 관여했고, 특히 곡의 흐름을 풍부하면서도 견고하게 뒷받침하는 스트링 세션의 디렉션을 담당하기도 했다. 현악은 PC 특유의 음악적 질감을 완성하고 있으며, 다양한 소스와 사운드의 활기를 개방하는 근간이기도 하며, 총체적인 표현이 입체감을 발휘하면서도 견고한 호흡을 이어갈 수 있는 토대이기도 하다.

 

낙관적인 유쾌함이 지닌 화려함은 때로 냉소적인 웃음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어쩌면 이와 같은 양가적인 감정 또한 아서와 동료 펭귄들이 담아내고자 했던 음악적인 메시지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하게 된다. 하지만 아름답고 감성을 자극하는 사운드가 전하는 풍요로움은 텁텁한 일상에 신선한 자극이 되는 것은 분명하며, 이것 하나만으로도 이번 앨범의 존재가치는 넘치도록 충분하다. 세대를 이어 전해지는 위대한 음악적 유산의 즐거운 미학이 담긴 작업이다.

 

 

2023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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