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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Robot Koch - The Next Billion Years: Foam and Sand Reworks (Modern, 2022)

Robot Koch라는 활동명으로 알려진 독일 작곡가 Robert Koch의 앨범. 로봇은 작곡가는 물론 여러 편의 골드 및 플레티넘 타이틀을 기록하고 있는 성공적인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영화와 TV 등의 미디어에서 그의 음악은 여러 편 사용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비디오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으로 3D 환경에서 제공되는 영상 및 음악 전시를 위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폭넓은 활동을 선보이기도 한다. 그의 음악은 일렉트로닉과 모던 클래시컬의 경계를 아우르는 다면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이를 작곡을 통해 유연하게 통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최근에 선보인 대표적인 예로 에스토니아 지휘자 Kristijan Järvi와 그의 Orechstra the Nordic Pulse Ensemble과 함께 녹음한 The Next Billion Years (2020)를 꼽을 수 있다. 오케스트라가 지닌 풍부한 사운드와 일렉트로닉의 텍스쳐를 융합해 독창적인 현대 작곡의 일면을 보여준 앨범의 발표 이후 예정되었던 라이브 투어는 감염병 사태로 인해 모든 일정이 취소되었고, 로봇은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Foam and Sand 프로젝트를 위한 계획을 구체화하게 된다. FaS는 테이프 루프로 가공된 어쿠스틱과 다양한 음원 소스를 활용하여, 통상적인 일렉트로닉이나 앰비언트 계열과는 다른 독특한 음악적 텍스쳐를 제공하는데, 풍부한 상상력에서 기원하는 몰입적인 멜로디와 만나면서 Full Circle (2021)과 같은 인상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그 음악적 가치와 확장성은 Full Circle Reworks (2021)를 통해 확인하게 된다. 이후 로봇은 에스토니아에서의 오케스트라 작업을 새롭게 재구성할 계획을 세우게 되고, 첫 번째로 FaS의 음악적 접근을 활용해 이를 새로운 음악적 언어와 표현 속에서 완성한 작업이 이번 앨범인 셈이다. 테이프 루프에서 발생하는 독특한 텍스쳐를 단순히 기존 오케스트레이션에 적용하는 방식을 넘어, 원곡을 추상하고 그 핵심에 접근해 그 구성을 최소화하는 과정을 통해 FaS만의 고유한 분위기를 완성하고 있다. 때문에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그 분위기에서 마치 원곡을 새롭게 다시 편곡하여 완성한 듯한 전혀 다른 이본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바탕을 이루는 테마에서의 고유한 오리지널리티를 간직하고 있어, 원본과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기도 한다. 핵심을 이루는 주요 악기의 라인을 제외한 오케스트라가 지닌 풍부한 텍스쳐는 사라졌지만 폭넓은 음역대를 채우는 음향이 풍부한 다이내믹을 연출하며, 원곡과는 다른 느낌의 깊이와 부피감을 선보이고 있어, 이 또한 원본과의 일정한 대칭적 연관을 떠올리게 한다. 오케스트라 버전이 지닌 밀도 있는 엄밀한 공간 구성은 해체되어, 미니멀하다는 인상을 줄 만큼 단순하게 연출된 레이어링을 선보이면서, FaS 특유의 점멸하는 듯한 미묘한 떨림과 질감이 더욱 눈에 띄게 되는데, 오히려 이 지점이 정서적으로 보다 포용적인 개입을 유도하는 듯하여 매력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여전히 원곡과는 일정한 대칭적인 거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번 작업만의 고유한 독창성이 빛을 발하고 있으며, 장르적인 개별성 또한 훌륭하게 포착하고 있어 인상적인 재구성이다. 로봇 특유의 미적 표현 또한 온전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앨범이기도 하다.

 

2022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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