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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Roedelius & Tim Story - 4 Hands (Erased Tapes, 2022)

Roedelius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독일 전자 음악가 Hans-Joachim Roedelius와 미국 작곡가 Tim Story의 협연 앨범. 이번 듀엣 앨범은 그 자체로 놀라움으로 가득하다. 1934년생으로 독일 전자 음악 분야에서 큰 획을 그었고, 일렉트로닉이 주변 장르와 교류할 수 있는 수많은 아이디어를 제안했던 거장이 여전히 현역으로 등판한 녹음이라는 점만으로도 관심을 끌 이유는 충분하다. 뢰델리우스는 지금까지 여러 뮤지션들 듀엣 형식의 공동 작업을 선보이며 자신의 음악이 단순한 유산이 아닌 현재 진행형의 사건임을 꾸준히 증명하곤 했는데, 그중에는 작곡가 팀과 진행했던 일련의 컬래버레이션 또한 중요한 음악적 자산으로 남아 있다. 뢰델리우스와 팀의 협업은 The Persistence Of Memory (2020)에서 시작해 가장 최근 The Roedelius Cells (2016)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섯 편의 작업 기록을 남겼으며, 일렉트로닉에 기반을 둔 앰비언트 계열에서부터 현대 작곡의 특성을 반영한 모던 클래시컬의 흐름을 포괄하는 다양성을 담아냈다. 이들의 협업을 연대기 순으로 이어서 감상하면, 뢰델리우스와 팀은 서로의 교류를 통해 음악의 가장 단순한 기원을 향해 탐험하는 듯한 축약적이면서도 명료한 표현으로 진화하는데, 어쩌면 이번 앨범은 그 정점에 있는 작업이 아닐까 싶다. 최근의 작업처럼 어느 누구의 작곡에 자신의 해석을 덧붙이는 방식도 아니고, 온전히 각자의 직관에 의지해 가장 소박한 표현을 통해 음악적 합을 완성하는 단순한 협업을 선보이고 있다. 앨범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들은 피아노를 이용한 협업을 진행하는데, 단 한 대의 같은 피아노에 기록을 남기고 이후 뢰델리우스가 그에 자신의 음악적 표현을 덧붙이는 무척 단순한 과정을 통해 앨범이 완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서로 다른 시간대에서 같은 악기와 공간만을 공유할 뿐이지만, 각기 다른 차원에서 공유하는 음악적 유대감은 마치 세대를 거슬러 영적인 대화를 완성하는 듯한 놀라운 일체감을 경험하게 한다. 같은 톤 발란스의 피아노를 연주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곡은 마치 한 사람이 음악적 영감을 자유롭게 이어가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만큼 사운드에서뿐만 아니라 음악적으로 공유하는 깊은 유대감은 서로의 장점에 다가서려는 창의적인 배려를 바탕에 두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팀은 자신의 연주 습관을 제한하는 대신 뢰델리우스의 공간을 개방한다고 밝혔으며, 노장은 그 빈 공간에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상호 교감의 반응을 더하고 있다. 이 작업 방식을 두고 팀이 말한 “음악적 헌신”이라는 표현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2022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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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ns-Joachim Roedelius & Arnold Kasar - Einfluss (Deutsche Grammophon,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