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Ryuichi Sakamoto - Minamata (Milan, 2021)

일본 작곡가 Ryuichi Sakamoto의 OST 앨범. 이번 앨범은 Andrew Levitas 감독의 영화 Minamata (2020)를 위한 곡들을 수록하고 있다. 1964년 일본은 도쿄 하계 올림픽을 통해 제2차 세계 대전을 일으킨 전범국에서 세계의 기술과 문명을 선도하는 선진국이라는 이미지를 얻게 된다. 하지만 이후 1972년 말, Life 지에 실린 사진 '목욕하는 우에무라 도모코'는 일본 산업화 이면에 숨겨진 추악한 현실을 전 세계에 알리게 되는데, 영화는 이를 촬영한 사진작가 Eugene Smith와 그의 일본인 아내 Aileen Mioko Smith, 그리고 수많은 현지인들이 미나마타의 진실을 알리기 위한 투쟁 과정을 담고 있다. 제2차 대전 종군기자로 활동하며 오키나와, 이오지마, 괌, 사이판 등에서 미군은 물론 많은 인본인 포로들을 접했고 이후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기도 했던 유진 스미스는 트라우마와 연관이 있는 일본 현지에서 3년 가까이 미나마타 병에 관한 집중적인 취재를 하며 이를 세상에 알리는 결정적인 역할은 물론 희생자들을 위해 헌신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수은을 방류한 사측이 고용한 청부폭력배에 의해 작가는 실명과 척추 손상 등 심각한 부상을 입게 되는데 이후 건강을 회복하지 못한 채 1978년에 사망한다. 영화는 유진이 에일린을 만나 일본으로 떠나기 전부터 우에무라 도모코 모녀의 사진이 잡지에 실리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는데, 미나마타의 현실을 알기 전까지 Ten Years After나 Art Blakey와 같은 음악들이 배경을 맡았다면 일본을 향한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사카모토의 음악들이 극에 개입하기 시작한다. 음악은 등장인물들 면면에 내재한 감정과 정서에 초점을 맞춰져 있다. 단 한순간도 장면 밖으로 튀어나와 극을 압도하는 역할을 보여주지 않지만, 음악은 다양한 사람들의 내면에 이르는 길을 진솔한 언어로 우리에게 보여주는 듯하다. 때로는 슬퍼하고, 분노하고, 두려워하기도 하며, 어느 순간에는 연민과 애정을 담아 그 감정을 과장 없이 우리에게 전달한다. '결정적 순간'을 카메라로 담아내는 장면은 마치 피에타를 조각하는 미켈란젤로가 연상될 만큼 큰 울림을 전한다. 피사체와 렌즈의 경계가 사라지고 마치 그 공간과 순간을 모든 사람이 하나가 되는 듯한 장면에서, 현악과 브라스의 사운드는 신서사이저와 섬세하면서도 조심스러운 하모니를 완성하며 그 과정의 숭고함을 음악이 함께 전해준다. 본인의 얼굴을 완벽하게 지워버린 Johnny Depp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면, 인물들의 수많은 감정을 있는 그대로 고스란히 전달한 류이치의 음악도 기억에 남는다.

 

20210805

 

 

related with Ryuichi Sakamoto

- Ryuichi Sakamoto - Async-Remodels (Milan, 2018)
- Ryuichi Sakamoto - 12 (Milan,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