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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Sean Foran - The Holidays (Prepared Sounds, 2023)

 

호주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Sean Foran의 앨범.

 

이번 앨범은 재즈 트리오 Trichotomy의 리더 겸 작곡가로 더욱 친숙한 숀이, 2020년 11월부터 약 한 달 동안 QLD Theatre Company가 브리즈번에서 초연한 연극 The Holidays (2020)를 위해 제작한 음악을 담고 있다. 호주의 유명 배우들이 출연해 주목을 받았고, 아버지와 아들의 복잡한 관계를 기억과 연대의 이야기로 풀어내어 현지에서 여러 상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 숀의 개인 작업의 경우 비교적 연주의 특징을 부각하는 전통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와 같은 무대를 위한 작업에 과연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트리코토미 트리오의 연주를 생각하면, 이와 같은 극 작업에서 숀의 음악이 어떤 기능적 역할을 담당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충분히 해소될 듯싶다. 최근 트리오의 연주가 재즈의 어법에, 모던 클래시컬의 경향성과 앰비언트적인 요소까지 통합하여, 즉흥적 모티브를 섬세하게 개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러한 특징은 이번 숀의 작업에서 중요한 특징을 이루고 있다. 장르적 유기성 혹은 통합성을 기반으로 하는 이번 숀의 사운드트랙은, 트리코토미의 음악에서도 그러했듯이, 마치 하나의 고유한 음악적 언어처럼 발현되고 있어, 극에 대한 흥미 유발은 물론 독립적인 음반으로서도 충분한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피아노 연주 중심의 구성을 보여주고 있으면서도 딜레이, 리버브, 그래뉼라 등의 이펙터를 활용해 공간적 표현을 확장하거나, 신서사이저로 연출한 현악 계열의 사운드를 조합해 앙상블의 효과를 구성하는 등의 접근은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작법과 유사한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 실제로 숀이 연출하는 공간의 넓이에 비해 그 구성은 무척 간결하며, 그만큼 정교한 프로덕션의 역할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다고 짐작할 수 있다. 피아노의 사운드는 펠트한 톤을 유지하며 온화한 정서적 질감을 연출하지만, 그 사운드는 공간 속에 다양한 방식으로 확산하며, 각 트랙마다의 고유한 미묘함을 동시에 담아내고 있다. 독특한 점은 이와 같은 공간계 이펙터들이 단순한 효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주 라인과 거의 대등한 비중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이다. 소리 입자의 반짝임은 그 자체로 하나의 독특한 기악적 효과를 연출하기도 하고, 서스테인과 릴리즈의 끝단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피아노 어택의 리버브는 연주와 섬세한 배음을 형성하며 마치 사운드스케이프와도 같은 공간의 숨결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LFO나 프리퀀시의 변화를 통해 미묘한 울림을 연출하기도 하지만, 세츄레이션이 거의 없는 신서사이저의 사운드는 전체 레이어의 조화와 균형에 비중을 두고 있어, 안정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정서적 분위기에 섬세함을 더하기도 한다. 특히 이와 같은 모든 요소들은 각자의 음악 및 음향적 특징을 발현하면서도 서로 균형적인 밀착감을 보여주고 있어, 전체적인 느낌은 무척 안정적이고 정서적 표현 또한 매우 깊이 있게 전달한다.

 

코드와 멜로디 또한 간결한 구성과 공간의 성격에 알맞은 미니멀한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공간 및 이펙트와 정교한 보이싱을 이루는 단 3개의 코드만으로도 음악적 전개를 이끌어내기도 하며, 그 캐릭터 또한 정서적 미묘함을 반영한 듯한 익숙함과 텐션의 조합으로 완성하고 있어, 숀 특유의 섬세한 감성을 엿볼 수 있다. 간결한 구성이 이루는 엄밀한 균형감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와 같은 공간 안에서도 즉흥적인 모티브를 활용하여 연주의 의미를 풍부하게 확장하는 다양한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때로는 키 사운드가 산란하는 그래뉼한 공간 속에서 펠트한 톤의 피아노로 임프로바이징을 더하며 음악적인 이야기를 풀어가는가 하면, 필터링한 사운드의 퍼커시브한 반복과 조화를 이루는 즉흥적 표현을 연주를 통해 레이어링 하기도 한다. 때로는 트랙마다 미묘하게 다른 톤의 피아노로 해당 곡에 고유한 정서적 온도를 담아내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일련의 고유한 음악적 질감과 분위기를 유지하며 연속성과 엄밀함을 지속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연주, 사운드, 공간 연출 등이 나름의 엄밀한 연관성을 유지하며 고유의 정서적 밀도를 지속하면서도, 그 조합을 통해 개별 곡의 특징 또한 반영하고 있어, 앨범 전체는 연극을 위한 사운드트랙의 고유한 기능에도 나름 엄격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된다. 동시에 숀의 음악적 표현과 특징을 온전히 담아내고 있어, 하나의 독립된 음반 작업으로서도 인상적인 감상의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 앨범이다.

 

 

2023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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