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에서 활동 중인 폴란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Sebastian Zawadzki의 재즈 트리오 앨범.
세바스티안은 1991년 폴란드에서 태어났고 2010년부터 코펜하겐으로 이주해 전문 음악가로서의 교육을 받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연주자로서뿐만 아니라 작곡가로서의 전문적인 교육과 훈련을 거쳤고, 오케스트라와 공연을 위한 곡 외에도 TV와 영화를 포함한 다양한 미디어를 위해 작곡 및 편곡은 물론, 피아니스트로서의 활동 역시 활발하다.
세바스티안은 2010년대 중반부터 개인 작업을 꾸준히 선보이며, 다양한 장르적 표현을 자신의 음악적 언어로 체현하는 인상적인 성과를 보여준다. 클래식에 바탕을 둔 연주와 작곡이 바탕을 이루고 있지만, 일렉트로닉을 통해 새로운 접근과 표현을 접목한 현대적인 작법을 구체화하는가 하면, 데뷔 초기부터 선보였던 재즈의 여러 요소를 응용한 색다른 감성을 담아내는 등, 그의 음악은 하나의 범주로 정의하기 어려운 다양성을 지니고 있다. 지금까지 발표한 작업 역시 각각 개별적 특징을 부각하고 있는데, 이처럼 다양한 양식에 기반한 여러 작품을 선보이고 있음에도, 그 모든 성과들 모두 뛰어난 완성도와 더불어 세바스티안 특유의 감성도 함께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무척 인상적이다.
이번 앨범은 베이스 Maciej Kitajewski와 드럼 Kacper Skolik와 함께하는 재즈 트리오 형식의 녹음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세바스티안의 초기 음악적 경험을 새로운 환경 속에서 제공하고 있다. 최근 세바스티안의 작업이 재즈와 무관한 것은 아니지만, 클래식의 구성 속에서 부분적으로 즉흥적 모티브를 확장하는 방식이거나, 보다 적극적인 주법이나 스케일 혹은 코드 진행 등을 활용하여, 장르적 다양성과 그 안에서의 다면적 표현을 구성하는 요소적인 특징으로 기능했는데, 솔로 녹음을 담은 Viridian (2022)이 가장 최근의 예일 것이다. 반면 이번 작업은 오랜만에 본격적인 재즈 그 자체를 다룬다고 봐도 무방할 만큼, 재즈 트리오의 형식을 통해 온전한 접근을 재현하고 있다.
온전한 재즈의 구성과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트리오가 다루는 테마는 기존 세바스티안의 음악적 특성을 반영하고 있어, 클래식을 연상하게 하는 고전미와 실내악적 엄밀함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흔히들 북유럽적인 분위기를 떠올리게 하기도 하고, 실제로 피아니스트의 활동 배경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커버 아트 역시 이와 같은 음악적 성격을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구조화된 엄밀한 공간 구성 안에서의 개별적 자율성을 개방하는 과에서 만들어 내는 음악적 텐션은 강한 자기주장을 반영하고 있으며, 상호 간의 유기성과 유연함을 동시에 포괄하고, 그 안에서 기민하게 균형점을 조율하는 과정은 트리오만의 고유한 특징을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마치 뜨거운 얼음과도 같은 형용모순이 존재한다고 느끼게 할 만큼, 엄밀한 구조적 완결 안에서 실현되는 개별적 표현의 자율성의 조화와 합의는 강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공간을 유연하게 활용하여 풍부한 표현의 전개 가능성을 개방하고 있으며, 피아노의 섬세하고 주법을 화려한 자기 표출이 아닌, 내밀한 묘사의 구체적 과정 속에 응축하고 있다. 베이스의 라인은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도 피아노와 충분한 인과적 긴밀함을 지속하고 있으며, 드럼 또한 집약적이고 핵심을 요약하는 듯한 간결한 개입을 통해 진행의 디테일과 곡의 뉘앙스를 섬세하게 완성한다.
투명한 사운드를 통해 재현한 트리오의 공간은 북유럽적인 냉기를 품고 있으면서, 폴란드 재즈 특유의 내밀한 서정적 온기를 동시에 표출하고 있는데, 이 둘은 마치 사람의 체온에 수렴하는 듯한 적절한 균형점을 이루고 있어 무척 매력적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구조의 엄밀함은 경직이나 강박처럼 느껴지지 않으며, 오히려 서정을 극대화하는 효과로 이어지는 듯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곡, 구성, 연주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난 재능을 응집한 인상적인 앨범이다.
2023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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