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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Sebastian Zawadzki - Viridian (self-released, 2022)

덴마크에서 활동 중인 폴란드 출신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Sebastian Zawadzki의 앨범.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음악적 수혜를 받은 세바스티안은 이후 2010년대 중반 데뷔와 동시에 연주자로서 뿐만 아니라 작곡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게 된다. 그의 창작은 솔로, 피아노 트리오, 실내악,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인상적인 작업을 꾸준히 소개하고 있는데, 단순히 고전적인 표현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을 넘어서 오늘날의 다양한 장르적 언어를 통합적으로 사고하고 이를 실천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이와 같은 장르 통합적인 세바스티안의 음악은 TV 및 영화의 스코어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며 여러 편의 작품에서 그의 작업이 활용되기도 한다. 실제로 그의 연주나 작품을 들어보면 재즈, 클래식, 일렉트로닉 등이 하나의 단일한 언어처럼 구사되고 구조적으로 통합된 표현 양식을 보여주는데, 이는 단순한 장르적 유연성에 의해 결합된 요소적 구성과는 다른 접근이라 매우 흥미롭다. 이번 녹음은 피아노 솔로 연주를 담고 있어 그 형식 면에서는 데뷔작 Luminescence (2014)와 비슷하다. 비교적 최근에 선보인 일련의 Piano Works, Vols. 1-3 (2018-19) 시리즈의 경우 이미지너리 한 음악적 형상화에 집중했다면, 이번 작업은 오히려 데뷔 앨범에서 보여준 특성에 더 가깝다는 느낌을 둔다. 데뷔 솔로 앨범의 경우 현대 미니멀리즘에 바탕을 둔 즉흥적 모티브의 개방을 특징으로 한다면, 이번 작업의 경우 그와 같은 특징과 더불어 보다 유연하게 테마를 구성하고 이를 활용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테마 자체에서도 다양한 양식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어, 구성의 엄밀함을 강조했던 이전 작업보다 조금은 더 대중 친화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대목도 눈에 띈다. 하지만 이번 그의 작업이 다양성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그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으며, 여전히 구조적으로 통합된 연주와 구성이 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단순히 클래식적인 테마에 재즈적인 주법의 결합이 아닌 것이, 미묘한 싱커페이션 자체 또한 작곡에 의해 구성된 의도의 일부처럼 작용하며, 펜타토닉에 기반한 테마 역시 복합적인 스케일과 코드의 구성에 의해 다른 양식으로 전화하는 등, 단순한 요소적인 구획으로 분류하기 복잡한 유기성을 내포하고 있다.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작곡의 의도를 완벽하게 재현하는 연주 그 자체도 인상적이며, 서스테인과 리버브를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배려한 공간 구성은 세바스티안의 퍼포먼스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번 솔로 앨범을 들어보면 그를 어떤 장르적 범주에서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또다시 느끼게 되며, 세바스티안의 음악은 그 자체로 받아들일 때 온전한 감상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2022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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