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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Swoop and Cross - Les Fauves (piano and coffee, 2022)

Swoop and Cross라는 이름으로 영국에서 활동 중인 포르투갈 멀티 인스트루먼트 연주자 겸 작곡가 Ruben Vale의 앨범. 본업은 박사 학위를 지닌 신경외과 전문의지만, 그렇다고 음악을 부업이라고 하기가 힘든 것이 어린 시절부터 시작한 교육과 더불어 오랜 기간 기악과 이론을 공부하며 전업 음악인 못지않은 활동도 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루벤의 음악은 일렉트로닉의 테크니컬 한 작업 방식을 활용하면서도, 동시에 그 안에는 다양한 기악적 요소들을 수용하고 있어, 미묘한 음악적 경험을 제공한다. 다양한 고전적인 연주 악기의 사운드를 활용하여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특징을 보여주는 듯하면서도, 이를 가상의 공간에 통합함으로써 그 느낌은 다분히 앰비언트적인 것이기에 장르적으로도 명확히 무엇이라 말하기 힘든 다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그의 음악이 절충적인 타협을 이룬다고 보기 힘든 것이, 이 모든 다양한 음악적 요소들이 통합적으로 사고되고 있으며, 마치 하나의 단일한 언어처럼 구사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어쩌면 이 점이 루벤의 음악을 현재 진행 중인 수많은 음악적 실험 속에서도 그만의 유니크 함을 드러내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Stories Of Disintegration (2018)에 이은 두 번째 풀타임 리코딩인 이번 앨범 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로 3년여의 기간에 걸쳐 완성되었고, 루벤이 지닌 다면성을 보다 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도 현악, 피아노 등과 같은 고전적인 음악적 이미지를 바탕에 두고, 이를 노이즈와 디스토션 등으로 굴절시키는 동시에 그 공간에 필드 리코딩이나 여러 이펙트를 레이어링 하여 루벤 특유의 미묘함과 다면성을 드러내고 있다. 다분히 VST를 활용해 연출된 기악적 사운드처럼 들리지만 일련의 사운드 왜곡을 염두에 둔 작업이라면 효율 면에서 충분히 합당하다고 볼 수 있으며, 덕분에 실내악적 스티링이나 코러스 등과 같은 나름의 공간적 볼륨감을 연출할 수 있어 효과 면에서도 적합하다는 생각이다. 이와 같은 고전적인 형상이 굴절되고 희미해진 공간 속에 통합되면서 시간의 질서마저 왜곡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이는 마치 ‘야수파’의 그림이 처음 전시된 1905년의 시점에서 21세기 현재를 디스토피아적인 불안으로 바라보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하는데, 다만 화려한 원색의 도발 대신 무채색의 거친 질감이 강조된 유화를 보는 듯하다. 분명한 점은 이번 앨범 역시 현재의 그 어떤 작업과도 비교하기 힘든 루벤만의 유니크 한 창의성이 담겼다는 점이다.

 

20220208

 

 

 

related with Swoop and Cross

- Swoop and Cross - Stories of Disintegration (Time Released Sound,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