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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Taylor Deupree - Mur (Dauw, 2021)

미국 전자음악가 겸 사운드 엔지니어 Taylor Deupree의 앨범. 자신의 12K 레이블 대신 Dauw에서 발매된 이례적인 앨범이지만 그래픽 디자이너 Femke Strijbol의 수재 커버 아트와 함께 제공되는 작업과 함께 감상하는 느낌은 나쁘지 않다. 그의 음악은 늘 주류 주변 경계 어딘가에 머물러 있는 듯한 외로운 느낌을 들게 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는 내면으로 향하는 소리의 방향은 자기 성찰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는 그러한 느낌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자신의 레이블에서 기획했던 프로젝트가 감염병 사태로 인해 가족을 잃는 불행한 상황에 의해 폐기된 이후, 이번 앨범의 곡들을 쓴 것으로 전해진다. "음악적 중얼거림"이라고 설명한 앨범과 각 곡의 타이틀은 다섯 모음이 일으키는 공명을 떠올리게 하는데, 테일러는 이에 대해 "경청을 위해 만들어진 부드러운 작업"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미니멀한 피아노의 타건은 이를 둘러싼 주변의 자연스러운 소리 속에서 잔향을 일으키는데, 그 주변음은 단순한 노이즈도 아니고 그렇다고 효과음이라고 하기도 모호한 일상적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조용한 공간 속에서도 우리가 눈을 감고 귀 기울이면 들을 수 있는, 하지만 평소에는 그 존재조차 인식하고 있지 못했던 그런 배경의 소리는 다분히 일상적이면서도, 마치 내면을 반영한 듯한 이미지를 만들어준다. 그 위에 의미 없는 반복처럼 이어지는 피아노와 그 잔향이나 조심스럽게 개입하는 전자음은 오히려 현실의 일상을 산란하는 효과, 테일러의 말을 빌리면 "음악적 중얼거림"처럼 느껴진다. 기존의 음악적 아키텍처를 뒤집은 듯한 이러한 구성은 거울을 두고 마주한 대칭처럼 느껴지며, 그 효과는 다분히 자기 성찰적 인상을 강화한다. 어쩌면 우리가 이 앨범에서 '경청'해야 하는 피아노와 전자 악기가 만들어내는 멜로디와 사운드가 아니라, 그 모든 것을 둘러싼 일상과의 관계가 아닐까 싶다.

 

 

2021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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