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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Tom Ashbrook - Nocturnes (The Other Songs, 2023)

 

영국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Tom Ashbrook의 앨범.

 

톰의 음악은 어린 시절부터 익혀온 클래식 피아노를 기반으로 하는, 모든 클래시컬 계열의 경향적 특징을 지니며, 특유의 시네마틱한 감성과 고유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자신만의 내밀한 음악적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음악적 내밀함은 통상적인 표현에만 머물지 않고, 현대적인 감각의 사운드와 요소를 유연하게 수용하며, 자신의 음악이 지닌 확장성을 개방한다.

 

모던 클래시컬, 앰비언트, 일렉트로닉 등의 다양한 유형적 특징이 조합을 이루고 있으며, 하나의 경향성에 수렴하는 균일함을 보여주는 대신, 때로는 각 장르가 지닌 특징을 개방하여, 톰의 음악은 마치 양식의 다양성으로 표출되는 듯한 풍부한 표현을 보여준다. 하나의 응집된 표현 안에서 발현되는 다면성보다는, 확실히 개별 곡의 특징에 따라 발산되는 다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음악들은 일련의 균일한 정서적 분위기에 기반하고 있어, 마치 복잡한 내면이 각각의 방식으로 표출되는 듯한 모습처럼 드러나고 있어, 오히려 이러한 다양성은 톰의 섬세하고 깊이 있는 음악적 내밀함을 방증하기도 한다.

 

Solitudes (2021)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이는 톰의 정규 작업인 이번 앨범에서도, 음악가의 내밀함과 표현의 다채로움을 인상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앨범 전체는 타이틀이 암시하는 고유한 정서적 분위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그로부터 파생하는 풍부한 감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재현하고 있다. 펠트한 톤의 업라이트 솔로 연주에서부터 드럼 및 비트 시퀀싱을 포함한 감각적인 구성에 이르기까지, 이번 작업에서도 다양한 방식의 표현을 활용하고 있지만, 전체 곡은 해가 지는 밤과 “푸른 시간”에서 영감을 받는 고유한 분위기에 수렴하며, 앨범만의 독특한 감성적 이미지를 완성한다. 이번 앨범에서도 여전히 톰 특유의 우울감을 포함하고 있지만, 고립감에서 기원하는 전작에서의 쓸쓸한 정서와는 달리, 다분히 희망적이면서도 포근한 온도감을 보여주는 것이 이번 앨범의 특징이기도 하다.

 

‘”황혼”에서 “새벽”까지 이어지는 앨범의 구성은 마치 한 편의 이야기로 엮어진 시간의 흐름을 담은 듯하며, 톰은 다양한 스타일과 하모니를 통해 광활한 풍경에 대한 묘사는 물론 시각적 경험을 사운드로 옮겨온 것과 같은 모습으로 담아낸다. 정교한 코드 보이싱을 바탕으로 완성한 신서사이저의 패드 사운드는 그 톤과 엔벌로프의 변화만으로도 묘사적인 성격과 더불어, 시간의 흔적을 바라보는 작가의 감성까지 온전히 담아내고 있어, 이번 작업에서의 섬세한 사운드 디자인과 큐레이팅을 엿볼 수 있다. 일렉트로닉의 사운드스케이프는 현악과 같은 기악적 라인과 다양한 양식의 대비와 중첩을 이루며, 해당 곡의 특징에 적합한 레이어를 완성하는데, 그 안에서도 스텝 시퀀싱이나 아르폐지에이터 등이 마치 주변적 효과처럼 개입하며 묘사적 디테일을 완성하기도 한다. 시간의 흐름을 반영한 듯한 각 트랙과 그 제목은 표제적인 성격을 통해 묘사와 감정을 동시에 담아낸다. 다양한 유형의 표현은 개별 곡의 특징을 부각하면서, 다양한 감정이 지닌 폭의 깊이와 정서적 넓이를 포착하게 하며, 앨범 전체의 흐름에 역동적 변화를 완성하는데, 그 흐름은 마치 현대 무용의 움직임과 안무 구성을 떠올리게 하여 무척 인상적이기까지 하다.

 

풍경을 담아낸 듯한 시각적 묘사와 감정의 호흡을 반영한 내면의 서정은 물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해지는 동적 표현까지, 앨범 전체는 마치 한 편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은 강한 몰입을 유도한다. 톰의 다양한 음악적 스타일은 각 장면의 디테일을 완성하며, 안정적이면서도 역동적인 흐름을 보여주고 있어, 톰이 탁월한 음악가이면서 동시에 훌륭한 스토리텔러임을 알 수 있다. 전작에서 보여준 인상적인 음악적 성취가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하는 앨범이기도 하다.

 

 

2023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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