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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Tom Ashbrook - Solitudes (The Other Songs, 2021)

영국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Tom Ashbrook의 앨범. 톰은 지금까지 주로 영화나 영상 관련 작곡을 해왔고 작년부터 간헐적으로 일련의 싱글을 발표한 이후 Sensibus (2020)를 계기로 본격적인 개인 작업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번 앨범 또한 작년 말부터 발표했던 몇몇 싱글 및 두 편의 EP를 앨범으로 엮은 일종의 합본이다. '고독들'이라는 앨범의 타이틀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감염병 사태로 인한 봉쇄 기간 동안 톰은 자신의 방식으로 감정과 생각을 기록했고 이는 다양한 유형적 특징을 지닌 음악들로 표출된다. 피아노 솔로, 현악과의 협연, 호른의 피처링, 신서사이저 등 공간을 채색하는 다양한 접근만큼이나 그 형식에서도 여러 장르적 표현들이 복합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각각의 음악마다 자신의 고유한 느낌을 부각하는 이러한 다양성은 전작에서도 관찰할 수 있는 특징이었는데, 이번 앨범 또한 모던 클래시컬, 앰비언트, 일렉트로닉 등의 여러 장르에 걸친 음악들을 선보이고 있다. 트랙이 넘어갈 때마다 변하는 분위기는 톰 자신이 경험하는 감정의 순환일 수도 있고, 암울한 고립의 현실에 대처하는 본인의 의지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앨범은 고독에서 희망을 향한 여정을 담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는데, 첫 트랙 "Solitude I"은 펠트 한 톤이 강조된 피아노 솔로를 통해 톰이 직면한 정서적 고립감을 묘사했다면, 마지막 곡 "We Begin"은 현악, 드럼, 전자 악기 등을 모두 동원하여 마치 축제와도 같은 경쾌한 분위기로 끝을 맺는다. 이와 같은 점진적인 분위기의 전환은 처음 시작할 때의 개인적인 정서적 표현들이 차츰 협업의 공간을 개방하면서 시네마틱 한 스케일로 확장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물론 그 과정이 선형적인 점진적 형식이 아니라 굴곡과 회귀를 거치면서 진행되는 방식이라 나름 곡 순서의 배열에도 신경을 쓴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이는 타이틀 곡들을 이루는 세 편의 "Solitude"들이 진행 속에서, 피아노 솔로라는 기본 공간을 조금씩 다르게 채색해가는 과정에서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섣부른 기대는 더 큰 절망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견뎌야 하는 일상의 과정이 고독이고 희망임을 일깨워주는 듯한 앨범이다.

 

 

2021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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