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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Underwater Sleep Orchestra - The Night And Other Sunken Dreams (Cryo Chamber, 2021)

미국 전자음악가 Bruce Moallem과 스웨덴 작곡가 Pär Boström의 듀오 프로젝트 Underwater Sleep Orchestra의 첫 앨범. 브루스는 God Body Disconnect라는 솔로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 내면의 다양한 감정과 정서를 다루며 지극히 자기 성찰적인 엄숙한 분위기의 앰비언트 사운드를 들려줬다면, 파르는 Cities Last Broadcast를 비롯한 여러 활동명을 사용하며 종교적 장엄 혹은 공포에서부터 가상의 신비에 이르기까지 주로 이미지너리 한 테마들을 활용하고 있어 서로 다른 음악적 유형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들은 Miles to Midnight (2018)과 같은 앨범에서는 누아르적인 분위기를 이용한 접점의 가능성을 선보이기도 했는데, 이번 USO 프로젝트의 경우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접근을 통해 이들의 음악적 합을 모색하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 브루스와 파르는 밤과 꿈이라는, 어쩌면 둘 사이에 합의 가능한 공통의 테마를 활용해 각자가 지닌 음악적 지향을 서로에게 녹이는 동시에 대비시키는 독특한 실험을 펼쳐 보이고 있는데,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하룻밤 사이에 경험한 서로 다른 두 개의 꿈을 선보인다고 전한다. 한편에서는 짓눌린 듯한 환영이 반복되며 불명확한 실제가 이어지는 악몽과 같은 꿈이라면, 다른 한편에서는 기억이나 경험과 연관된 다분히 몽환적인 현실을 다루는 듯한 묘사적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서로 다른 꿈들에 대해 앨범은 특별히 어떤 연관을 밝히거나 그 관계를 해명하려 들지는 않는다. 대신 서로를 나열하고 대비시키는 과정의 반복을 통해 우리가 일상적으로 짓누르는 억눌림이나 욕망을 경험하도록, 오히려 음악 그 자체가 방관자적으로 우리를 내버려 두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사운드 자체는 이와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여 무척 신중하면서도 큰 흐름과 그 효과에 집중하는 듯한 섬세함을 드러내고 있다. 밤을 묘사하기 위한 미세한 드론이나 잔잔한 필드 리코딩은 꿈을 묘사하는 신서사이저의 패드 사운드와 일련의 층위를 이루지만 둘의 위상은 모호하게 얽혀 있어 전체적으로 몽환적인 인상을 강하게 연출한다. 특히 이와 같은 꿈이라는 모호함을 표현하기 위해 모든 트랙을 VHS를 이용해 가공했는데, 사운드의 디테일보다는 고유한 분위기에 집중하기 위한 과정으로 보이며, 그 효과 또한 분명하게 경험할 수 있다. Underwater Sleep Orchestra라는 프로젝트 이름과 딱 맞는 앨범이다.

 

20210712

 

 

 

related with Bruce Moallem (as God Body Disconnect)

- God Body Disconnect - The Wanderer's Dream (Cryo Chamber, 2021)
- Atrium Carceri, Cities Last Broadcast, God Body Disconnect - Miles to Midnight (Cryo Chamber, 2018)

related with Pär Boström (as Cities Last Broadcast, Aindulmedir)

Atrium Carceri, Cities Last Broadcast, God Body Disconnect - Miles to Midnight (Cryo Chamber, 2018)

- Aindulmedir - Star Lore (Hypnagoga Press,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