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hael Wollny Trio - Ghosts (ACT, 2022)
독일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Michael Wollny의 트리오 앨범.
미하엘은 1990년대 말에 데뷔하여 여러 유명 뮤지션들의 투어 밴드와 세션으로 활동하며 입지를 넓혀왔고, 이후 2000년대 초 현재의 ACT와 계약하며 본격적으로 자신의 음악적 세계관을 펼치기 시작한다. 레이블 안에서도 여러 뮤지션들과의 협연은 물론 공동 작업을 통해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ACT와 유럽은 물론 현세대를 대표하는 재즈 피아니스트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인상적인 음악적 메시지를 전달했던 여러 편의 작업 중에서도, 미하엘을 대표하는 성과는 단연 트리오와 관련한 일련의 작품들이 아닐까 싶은데, Post-EST라는 통상적인 합의 속에서 평가되었던 연주는, 이제 그만의 독창적인 영역에서 언급해도 전혀 어색함이 없을 듯싶다. 미카엘의 트리오는 2005년 베이스 Eva Kruse와 드럼 Eric Schaefer로 이루어진 Michael Wollny's [em]에서 기원하며, 2010년대 초 에바의 자리를 Tim Lefebvre가 대신하게 되면서 Michael Wollny Trio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선보이게 되었고, 이후 베이스가 Christian Weber로 교체되었지만 여전히 MWT의 명칭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번 녹음은 MWT의 최초 멤버였던 팀이 8년 만에 다시 합류하여 진행되었으며, 오랜 동료인 에릭 또한 여전히 자리를 함께하고 있다.
이번 앨범은 Weltentraum (2014) 시절의 라인-업을 복원하고 있음에도, 음악적인 내용에서는 미하엘이 팀을 포함한 동료들과 쿼텟으로 녹음한 XXXX (2021)에서의 개인적의 성과의 일부를 인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쿼텟 앨범에서 미카엘이 피아노 외에 신서사이저와 로드를 이용해 일렉트로닉의 다양한 주변적 효과를 연출하며 새로운 음악적 접근을 선보였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이번 작업에서 활용하고 있는 전자음향의 일부 특징은 나름의 연관성과 연속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을 듯싶다. 그렇다고 일렉트로닉의 경향적 특징이 앨범 전체에 전면화되는 것은 아니며, 어쿠스틱 사운드의 주변을 장식하거나 일부 단락에서의 배음을 구성하는 등, 그 활용에서는 무척 미묘하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여전히 트리오의 공간적 특징을 강조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피아노 사운드의 높은 음역대에 효과나 필터를 걸어 차가운 파열을 일으키는 듯한 느낌으로 보정을 하거나, 배경을 이루는 일렉트로닉과의 배음을 고려해 콤프레싱을 하는 등, 어쿠스틱 사운드의 조심스러운 굴절이나 왜곡을 통해 전자음향과의 연관을 의도적으로 드러내는 대목 또한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비록 전자음향과 그 효과나 전면에 부각되는 것은 아닐지라도, 그 활용이 앙상블의 구성에서 기존과 다른 방식을 전제로 한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개별 공간의 자율성보다 앙상블의 규합을 통한 공간의 직조가 우위를 점하기도 하며, 새로운 사운드의 요소를 염두에 둔 앙상블의 배열은 물론, 그에 따른 각각의 연주 역시 능동적인 대응을 하는 대목 역시, 기존 MWT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대목임은 분명한 듯싶다.
이와 같은 음향적 특징이 어쩌면, 앨범의 타이틀인 ‘유령’과 관련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표제적 성격이 이번 녹음에서 다루고 있는 곡의 해석과 일련의 연관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감성적인 분위기로 해석할 수 있는 George Gershwin의 “I Loves You Porgy”나 Duke Ellington “In a Sentimental Mood” 등과 같은 고전에서는 테마의 추상적 해체에 준하는 해석을 통해 오리지널의 이미지만을 희미하게 남긴 채 새롭게 재구성한 멜로디와 스케일에 기반한 연주를 완성하고 있으며, 슈베르트의 “Erlkönig”를 대상으로 하는 연주에서는 피아니스트를 포함한 구성원 전체의 능동성은 물론 전자음향은 물론 그 효과까지 적극적인 개입을 이루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미하엘은 “모든 노래는 유령과 같고 살아있는 목소리를 갈망”라는 시인 Brendan Kenelly의 말을 인용하며, 자신의 해석이 고전의 현재성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암시하기도 하는데, 다른 식으로 표현하면 피아니스트의 현재 입장에서 과거 혹은 기존의 곡들을 복원하는 관점을 ‘유령’이라는 메타포를 이용해 재현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다. 전자음향의 활용을 통해 타이틀이 지닌 은유적 표현을 상징적으로 부각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해석이 지닌 고유함을 드러내는 방식이기도 할 것이다. 독특한 창의적 개성이 드러나는 해석과 일렉트로닉 계열의 사운드를 통한 재현에도 불구하고, 그 방식에서는 엄밀함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앙상블의 우위를 전제로 하는 공간 구성은 피아노의 왼손은 베이스의 라인과 대위적인 연관 속에서 미묘한 코드 보이싱을 완성하기도 하고, 타건의 템포와 정교한 비트 매칭을 이루는 드럼의 패턴 등에서 쉽게 읽을 수 있으며, 이는 전자음향과의 배열을 염두에 둔 연출과 무관하게 작동하는 연주 기제라서, 각각의 곡은 물론 앨범 전체에 녹아 있는 복합적인 창의의 다면성을 엿볼 수 있다.
MWT는 기존의 익숙한 대상을 친숙한 방식을 통해 재현하고 있으면서도, 새로운 창의를 더하며 자신의 언어로 완성하는 인상적인 방식을 담고 있다. 실험적 선택과 규범적인 엄밀함을 통합하는 인상적인 접근을 보여주는 동시에 놀라운 미적 균형을 실현하고 있는 앨범이다.
2022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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