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ls Frahm - Old Friends New Friends (LEITER Verlag, 2021)
독일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Nils Frahm의 앨범. 닐스의 음악은 클래식이 현대에 어떻게 관통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중요한 예다. Juno-60이나 로드 신서사이저를 이용해 자신만의 독특한 시그니쳐 사운드를 완성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F.S. Blumm와의 협업인 2X1=4 (2021)를 통해 일렉트로닉에 대한 닐스 특유의 접근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주요한 작업 상당수는 피아노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2015년에는 Piano Day를 만들어 오늘날 모든 장르를 어우르는 국제적인 행사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었고, 자신만의 고유한 톤과 사운드를 상징하는 새로운 피아노를 만들어 Una Corda = Nils Frahm이라는 공식을 만들기도 한다. 특히 클래식과 관련한 탄탄한 배경을 지닌 닐스의 새로운 음악적 시도는 현대 고전과 작곡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으며, 오늘날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음악가들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사고해야 할 뮤지션으로 손꼽게 된다. 현재도 지속 중인 감염병 사태가 음악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서는 훗날의 평가에 맡겨야겠지만, 적어도 봉쇄와 단절이 일부 뮤지션들에게 자기 성찰의 계기가 되었음은 최근의 많은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자기 성찰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지곤 하는데, 닐스의 경우 지금까지 자신의 하드 디스크 속에 저장되어 있던 미발표곡들을 정리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번 앨범은 2009년부터 최근 사이에 녹음된 23개의 솔로 피아노 연주를 담고 있다. 피아노 연주 중심의 곡들 중 그동안 여러 이유에서 정식 출반에서 배제된 트랙들을 추렸는데, 12년이라는 시간을 관통하는 닐스의 음악적 궤적이 마치 옴니버스 영화나 사진첩처럼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오랜 기간에 걸친 연주들이라 피아노의 톤과 사운드는 곡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때로는 라인의 주변을 이루는 배경에 효과가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앨범 전체에 흐르는 고유한 정서와 분위기만큼은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닐스의 큐레이션에 자신만의 의지나 의도가 반영되어 있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어찌 보면 단순한 재활용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는 이와 같은 선곡에서 자기 성찰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던 것은 그 방식이 자신의 음악적 핵심과 고유한 정서에 도달하려는 듯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닐스는 "개인적으로 큐레이션 된 뷔페"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우리가 방점을 찍어야 할 단어는 '개인적'이라는 단어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또 오랜 시간의 흔적을 담은 앨범 전체에 관통하는 "세상의 모든 외로운 노래들"이라는 그의 말은 어쩌면 사람들에게 비치길 바라는 닐스 자신의 무의식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봉쇄와 단절은 우리 내면의 외로움을 극단적으로 드러나게 했을 뿐, 이미 12년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 전부터 경험했던 정서라는 생각을 앨범을 듣는 내내 하게 된다. 닐스가 그 외로움을 견딜 수 있게 해 준 오랜 친구이자 새로운 친구가 피아노였음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2021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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