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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lessandro Sgobbio - Piano Music 2 (AMP, 2023)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Alessandro Sgobbio의 솔로 앨범.

 

알레산드로는 듀오를 비롯해 다양한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인상적인 성과를 보여주는 동시에, 자신만의 심미적인 세계관을 집약한 솔로 작품으로도 큰 주목을 받은 피아노 연주자이기도 하다. 최근의 가장 대표적인 예가 Piano Music (2020)으로, 몇 년 동안 축적해 온 자신의 음악적 아이디어를 봉쇄 기간 동안 정리해서 진솔한 표현으로 완성한 작품이다. 전작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심미적인 테마를 기반으로 임프로바이징의 모티브를 확장하며 섬세하게 이어지는, 피아노 중심의 순수한 연주에 기반하고 있다면, 이번 작업은 그와는 조금 다른 음악적 결을 지니고 있다. 이번 앨범 또한 Fazioli F278 Concert Grand의 연주를 중심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전작과 같은 맥락을 보여주고 있지만, 전자 장비들을 비롯한 각종 딜레이나 리버브와 같은 이펙터의 효과를 적극 활용한다는 점에서는 새로운 장르적 도전이라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이러한 이펙터의 적용은 단순히 공간적인 확장이나 채색과 같은 통상적인 방식을 넘어서, 모듈레이션과도 같은 다양한 기악적 연출을 만들어 내고 있어, 이는 마치 기존 피아노 연주에 새로운 레이어를 더한 듯한 모습처럼 보이게 된다. 딜레이 타임이나 피드백의 조절을 통해 만들어 낸 공간에 다양한 음향적 패치를 더해 풍부한 입체감을 연출하는가 하면, 레조넌스나 드라이브 등이 가미된 듯한 새로운 사운드로 오리지널 소스와는 전혀 다른 음색을 만들어, 마치 다른 기악적 개입이 이루어지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갑작스러운 노브의 조작으로 오버-드라이브가 걸리며 피치가 변하는 파격적인 효과들조차 공간 속에서 재현하고 이를 음악적 흐름에 배열하는 등, 그 활용 또한 과감하면서도 섬세하다. 리버브의 시머 효과가 만드는 듀얼 톤의 독특한 레이어를 마치 사운드스케이프처럼 활용하기도 하고, 밀도나 온도감을 조율하며 공간 그 자체의 흐름을 세심하게 관리하는 모습도 포착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각종 공간계 이펙터의 활용이, 단순히 기존 피아노 연주에 적용하여 우연히 만들어 낸 효과가 아니라는 점을, 알레산드로는 앨범 곳곳에서 의도적으로 보여주는 듯한 순간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무척 흥미롭다. 일렉트로닉과 연관을 고려한 듯 간결하면서도 치밀한 피아노는 물론이고, 이팩터에 의해 발생한 효과가 자리할 수 있는 공간을 염두에 둔 연주의 여백 등은, 모든 장치와의 긴밀한 연관을 통해 곡을 구성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일렉트로닉이 때로는 피아노와 대비적인 대질을 이루기도 하며, 서로의 이질성을 대면하며 낯선 분위기의 긴장을 연출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온전한 구성 안에서 상호 간의 긴밀성을 기반으로 완성한 사운드의 밀접성이 특징이다. 연주를 통한 즉흥적 개입은 기존 작업에 비해 상대화된 느낌이 있지만, 일렉트로닉과 그 효과 자체가 만들어 내는 재현들이 임프로바이징이라는 인상을 주기도 하여, 알레산드로의 새로운 접근이 보여주는 독특함 속에서도 그만의 심미적 직관이 여전히 유효함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작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법을 일부 차용하지만, 그 활용에서는 알레산드로만의 독창성을 발휘하고 있어, 이번 앨범을 그 어떤 장르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더라도, 매우 창의적이면서도 유니크한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순수 피아노로 이루어진 전작과의 다른 음악적 텍스쳐를 보여주면서도, 정서적인 분위기나 오리지널리티에 있어서는 동일한 관점을 지니고 있어 인상적이다. 지적인 심미로 가득하며 내면의 사색을 진솔하게 보여주는 앨범이다. 이번 앨범에서도 그의 스승인 고 Mikhail “Misha” Alperin에 대한 헌정곡을 담고 있다.

 

 

2023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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