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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Gregory Paul Mineeff - You Alone (Cosmicleaf, 2023)

 

오스트레일리아 멀티 인스트루먼트 연주자 겸 작곡가 Gregory Paul Mineeff의 앨범.

 

그레고리는 2010년대 말에 데뷔하여 TV, 영화, 무대를 위한 음악을 작곡했고, 자신의 개인 작업 또한 매년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 뮤지션이다. 피아노와 기타를 비롯해 여러 연주 악기의 기악적 요소를 활용하여 일렉트로닉, 모던 클래시컬, 엠비언트 등의 장르적 특성을 통합하여 자신만의 고유한 정서적 분위기를 반영한 음악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Cosmicleaf를 통해 발매하는 그의 작업들은 레이블이 지향하는 음악적 성격과 일치하며, 음반사와 나름 일체감 있는 정서적 감각을 공유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그레고리가 선보인 여러 앨범들은, 저마다의 고유한 개별적 특징을 강조하기보다는, 일렉트로닉과 앰비언트로 포괄할 수 있는 여러 양식의 요소와 특징을 자신의 고유한 음악적 레이어 속에 통합하고 이를 다양한 방식을 재현한다는 일련의 연속성을 보여준다. 각각의 작업마다 귀를 기울이게 되는 독특한 요소적 캐릭터를 지니기도 하지만, 사운드에 대한 그레고리의 다양한 관심을 반영한 결과일 수도 있으며, 그의 음악은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향수를 자극하는 감성적인 사운드 디자인과 큐레이팅을 특징으로 한다.

 

이번 앨범에서 새롭게 눈에 띄는 것은 스웰 튠의 앰비언스 기타 사운드를 앨범 몇 곳에서 활용하는 것인데, 때로는 베이스 라인과 조화를 이루며 진행하는 사운드는 포스트-록적인 캐릭터를 공유하면서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레고리 특유의 앰비언스에 수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기타는 곡을 이루는 다른 소스들과의 관계에 따라 서로 미묘하게 다른 톤으로 조율하고 있지만, 해당 트랙에서는 비교적 균일한 지속성을 유지하며 표제와 그 테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트랙이 미니멀한 테마의 반복적 진행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기타가 주를 이루는 곡에서는 멜로디의 특징을 부각하기도 하고, 코드의 변화와 구성을 활용한 플로우를 보여주기도 하여, 다른 연주에 비해 조금은 색다른 모습을 담아내기도 한다.

 

이처럼 개별 트랙의 특징을 이루는 핵심적인 사운드의 강한 캐릭터에도 불구하고 간결한 레이어의 구성 속에서 이를 배열하여, 해당 소스의 상징성을 강조하고, 곡에서 담아내고자 하는 메시지를 명료하게 전달하고 있다. 트랙의 제목은 곡의 메시지나 분위기를 집약하고 요약하여 강한 표제적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연주의 전면을 이루는 사운드는 이러한 테마를 상징하는 핵심 요소처럼 활용한다. 곡의 구성은 이와 같은 핵심 사운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배경은 비교적 간결하게 처리하는 대신, 진행에 따라 새로운 레이어를 중첩하면서 나름의 음악적 빌드-업 혹은 내러티브를 완성하기도 한다. 연주 악기가 아닌 전자 음향으로 재현한 전면 사운드의 경우, 플로우에 따라 엔벨로프나 이펙트의 조절을 통해 미묘한 텐션을 연출하기도 하고, 나름의 분위기를 새롭게 갱신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극적이라는 느낌보다는 안정적인 흐름의 연속 속에서 관찰할 수 있는 몰입의 지속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간결한 구성은 풍부한 공간 활용을 개방하여, 그레고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를 밀도 속에서 집약하기도 한다. 전면의 라인보다 상대적인 유연성을 지닌 배경의 사운드지만, 주제와 몰입에 충실한 재현을 보이고 있어, 해당 곡은 물론 그레고리의 음악 전체가 지향하는 독특한 분위기의 완성에 큰 역할을 한다.

 

단출한 레이어링 속에서도 구성의 견고함이 지닌 몰입과 그 효과에 대한 작가의 음악적 확신을 엿보는 듯하다. 여러 유형의 시퀀싱과 기악 및 전자 음향의 사운드의 조합을 통해 다양한 스타일의 곡을 선보이면서도, 견고한 구성을 통해 그레고리의 특유한 음악적 정서와 분위기를 완성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새로운 사운드에 대한 활용과 접근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있으며, 소리를 통해 어떤 주제를 재현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사색적 고찰도 담고 있는 앨범이다.

 

 

202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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