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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ILUITEQ - Reflections Revisited (n5MD, 2023)

 

이탈리아 전자음악가 Sergio Calzoni와 Andrea Bellucci의 프로젝트 듀오 ILUITEQ에 대한 리믹스 컴필레이션.

 

세르지오와 안드레아의 협업은 단순한 음악적 시너지에서 그치지 않고, 이제는 서서히 일루이텍이라는 창의적 브랜드로 발전한다는 인상을 준다.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경향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프로젝트 안에서는 일루이텍만의 고유한 표현이 발현되며, 이들이 전하는 음악적 경험은 유니크함을 포함한다. 일렉트로닉과 앰비언트로 포괄할 수 있는 수많은 접점 속에서도 이들이 택하는 접근과 전략은 무척 신중하고 섬세하며, 동시에 온전한 미적 완성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예술적인 감각과 기술적인 재능이 더해진 세르지오와 안드레아의 협업은 풍부한 음악적 요소의 활용에서 유연한 창의성을 개방하며, 각각의 작업에 알맞은 최적의 음악적 구성을 완성해 왔다. 2017년 이후 지금까지 일루이텍이 축적한 음악적 경험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작업이, 최근에 선보인 Reflections from the Road (2023)가 아닐까 싶은데, 이전까지 다양하게 활용했던 여러 음악적 요소를 최소화하는 대신, 전자 음향이 지닌 근원적인 고유한 특징에 집중하여, 앨범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명료하게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 작업들에 비해 단출하면서도 집약적인 성격을 지닌 전작의 뛰어난 완성도는, 동시에 새로운 음악적 확장과 창의의 가능성을 개방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번 앨범은 일루이텍의 최근 작업이 어떻게 새로운 구성과 형식 속에서 그 의미를 넓히고 표현을 구체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인상적인 다양한 사례를 담고 있다. 이번 앨범에는 Giuseppe Verticchio (NIMH)와 같은 비중 있는 뮤지션을 포함해 현세대를 대표하는 쟁쟁한 뮤지션들의 참여로, 각자의 방식에 따라 원작에 대한 자신의 음악적 창의를 더하면서도, 일루이텍이 원작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에 충실한 재현을 보인다는 점은 특히 인상적이다. 음악적 창의에 있어서는 각자의 접근과 방식에 따라 재구성과 재해석의 가능성을 개방하는 대신, 원작이 담고자 했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기에, 이번 리믹스 앨범 또한 하나의 중량과 질량으로 고유한 의미를 지닐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비트 리스에 가까운 명료함을 특징으로 하는 원작의 구성에 대해, 여러 뮤지션의 리믹스 작업은 각자의 개성을 담은 비트 시퀀싱을 중심으로 새로운 해석을 더하기도 한다. 비트를 대신했던 기존의 간결한 베이스 워킹을 엔벨로프의 변화를 통해 미드로우의 사운드스케이프로 전환하여 드럼 플로우의 공간을 개방하는가 하면, 위상의 전면에 있던 스텝 시퀀싱을 후면으로 배치하여 공간의 비중을 상대화하는 대신 그 자리에 유사한 흐름 혹은 페턴을 지닌 드럼 비트를 배열하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원곡의 구성에 대한 섬세한 재구성을 동반하기도 한다. 뮤지션에 따라 기존 작업에서 거의 활용하지 않았던 필드리코딩과 같은 요소를 통해 공간의 디테일을 재조명하는가 하면, 간결하고 추상적으로 활용했던 원곡의 소스에 표현의 구체성을 더한 전개를 통해 마치 은유적으로 완성했던 기존의 의미를 보다 직관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리믹스의 방식은 각자의 개성이 더해진 만큼 다양하지만, 대부분은 원곡과의 일정한 거리를 염두에 둔 듯한 음악적 미덕을 보여주고 있어 인상적이다. 오히려 안드레아가 Ithaki의 이름으로 원곡의 구성과 전개는 물론 그 분위기까지 해체하여 새롭게 재구성하는 과감함을 보여주고 있어 흥미롭기까지 하다. “Don't Runaway”나 “The Road”와 같은 일루이텍의 트랙은 전작과의 연속성은 물론 이번 작업의 독자성을 동시에 상징하는 듯하다.

 

원작이 지닌 이야기의 흐름은 해체된 대신, 새롭게 재배열된 전개는 이번 앨범만의 또 다른 내러티브를 완성하는 듯하다.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트랙의 진행이지만, 원작이 지닌 주제 의식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어, 마치 여러 단편으로 이루어진 옴니버스의 연속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원작이 개방한 확장의 다양한 가능성을 인상적으로 담아내고 있어, 새삼 전작이 지닌 뛰어난 음악적 성취를 다시금 확인하게 하는 앨범이다.

 

 

2023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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