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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ILUITEQ - The Light Inside, The Dark Outside (n5MD, 2022)

이탈리아 전자음악가 Sergio Calzoni와 Andrea Bellucci의 듀오 프로젝트 ILUITEQ의 앨범. 두 사람은 1990년대부터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을 펼치며 나름 굵직한 음악적 성과를 이룬 뮤지션들로, 크게는 같은 계열의 장르적 경험을 공유하지만 그 세부적인 양식에서는 미묘한 차이와 각자 자신들만의 고유한 특징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Soundtracks For Winter Departures (2018)에서 보여줬던 서로에 대한 놀라운 음악적 흡착력은 The Loss Of Wilderness (2021)로 이어지면서 이들의 듀오 프로젝트의 지속 가능성을 확인시켜줬고, 지금까지 진행된 여러 형식의 협업은 ILUITEQ만의 고유한 특징을 더욱 구체화한다. 부드러운 음악적 결을 강조하는 듯한 사운드 디자인과 섬세한 멜로디의 플로우를 활용해 앰비언트적인 특성을 강화하고, 이를 위해 샘플링이나 필드 리코딩 같은 요소로 디테일을 완성하는 한편, 기타나 피아노와 같은 연주 악기의 활용을 통해 비교적 친숙한 공간적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ILUITEQ의 가장 큰 특징은 각각의 앨범마다 고유한 주제 혹은 문제의식을 담아내고, 이에 가장 적합한 작곡과 편곡을 제안함으로써, 각각의 작업에 가장 적합한 음악적 형식을 구현한다는 점일 것이다. ‘빛'과 ‘어둠'이라는 두 개의 메타포를 대질시킨 이번 앨범의 타이틀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오늘날 우리 인류가 경험하는 ‘어두운 외부'의 불확실성과 위기감을 반영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희망과 용기에 관한 ‘밝은 내면'을 음악적인 캔버스 위에 그려내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작가들이 다뤘고, 그렇기 때문에 이를 수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무척 익숙한 관행적인 상징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표현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어쩌면 이번 앨범의 가장 큰 미덕일 것이다. 각각의 사운드가 지닌 고유한 상징성은 쉽게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통상적 관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스케일이나 코드의 구성만으로도 해당 곡이 어떤 의미를 담아내고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는지를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섬세한 배려를 포함하고 있다. 개별 사운드의 요소들이 지닌 특징을 조합해 각각의 트렉에 맞는 미세한 질감을 완성하는데, 특히 이번 앨범에서는 섬세한 코드의 진행과 그 위에서 조심스럽게 펼쳐지는 라인의 조화가 주제 의식을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처럼 부각되는 것이 눈에 띈다. 복합적인 여러 레이어의 중첩으로 이루어진 폴리포닉 한 사운드스케이프나 드론이 이루는 코드의 플로우와, 싱글 악기 사운드로 비교적 명료하게 펼쳐지는 라인이, 어떤 대비와 조화를 이루느냐에 따라 곡 자체가 지닌 고유한 주제 의식이 완성되며, 여기에 다양한 주변적인 요소들로 표현과 의미의 디테일이 선명하게 부각된다. 익숙한 요소들을 활용하고 있음에도 이처럼 작곡과 편곡에서 보여주는 엄밀한 접근 덕분에, 빛과 어둠이라는 상반된 대비를 음악적 테마로 다루고 있음에도 앨범 전체는 균일한 온도와 색감을 유지하고 있어 강한 인상을 남긴다. 시간과 경험이 세르지오와 안드레아의 음악적 유대를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고 느끼게 하는 앨범이다.

 

 

20200511

 

 

 

related with ILUITEQ

- ILUITEQ - The Loss of Wilderness (n5MD,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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