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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Little North - Wide Open (April, 2023)

 

피아노 Benjamin Nørholm Jacobsen, 베이스 Martin Brunbjerg Rasmussen, 드럼 Lasse Jacobsen 등으로 이루어진 덴마크 재즈 트리오 Little North의 앨범.

 

덴마크 Syddansk Musikkonservatorium 음악원 동료들로, 2016년 결성한 LN 트리오는 데뷔 이후 지금까지 자신들이 추구했던 음악적 세계관을 더욱 깊이 있게 완성해가고 있다. 북유럽 특유의 정서에 충실하면서도 북미의 정통적 스텐스와 미묘한 긴장과 더불어 독특한 균형감을 보여주는가 하면, 자신들만의 음악적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매력적인 표현까지 겸비하고 있어, 주목할만한 요소들은 충분하다. 작곡과 즉흥 사이에 존재하는 유기적 연관성을 극대화하여 풍부한 표현력을 갖추고 있으며, 경험을 더할수록 그 모습은 보다 여유로운 세련미를 갖추게 된다.

 

이번 앨범은 LM 트리오의 음악적 유대감이 얼마나 더 전화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아닐까 싶다. Finding Seagulls (2021)를 통해 증명한 안정적이고 유연한 팀워크를 증명했다면, Familiar Places (2022)에서 게스트들과 함께 공간을 공유하며 확장적 표현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데뷔 시절 보여준 음악적 내용과 표현은, 시간이 흐를수록 깊이와 농도가 더해지며, LM만의 고유함을 더욱 강하게 부각하고 있어, 북유럽의 경향적 특징을 공유하는 여러 뮤지션들이나 그룹들 중에서도,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특별한 관심으로 귀 기울이게 되는 트리오이기도 하다.

 

이번 녹음의 가장 큰 특징, 혹은 매력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앨범의 타이틀 ‘Wide Open’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LM 트리오가 전에 없던 새로운 음악적 접근을 선보인다거나, 주변 장르와의 관계를 확장하는 등의 시도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들 고유의 음악적 색을 유지하면서도, 상호 간의 관계를 유연하게 확장하여 표현의 깊이를 더하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어, 더욱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때로는 일체감 있는 유기적인 상호 반응으로 구조화된 양식의 능동성을 보여주는가 하면, 경우에 따라 하나의 주제로 각자의 이야기를 전하는 듯한 개별 공간에서의 직관적 표현이 조화를 이루는 등, 유기적인 앙상블의 유연성은 다양한 표현의 가능성을 더욱 여유롭게 완성하고 있다.

 

개별 공간의 자율성과 앙상블의 균형에서 보여주는 완성형에 가까운 팀워크 자체에서 전해지는 완숙미는, 마치 특별한 의도를 지니지 않은 자연스러운 음악적 발현처럼 드러나기도 하여, 듣는 입장에서는 그 어떠한 강요도 존재하지 않아 편안한 몰입을 경험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함축적인 라인으로 공간적 묘사 개방하며 상호 간의 긴장을 응축하는가 하면, 서술적인 멜로디로 세밀한 정서적 흐름을 포착하며 긴밀한 유대를 형성하는 등, 다양한 양식의 인터랙티브를 개방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는 서로에 대해 관조적이라는 인상을 줄 만큼 공간 운영에 있어서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어 차분한 듯하면서도, 상호 간의 개입은 유기적인 능동성을 유지하고 있어, 인터랙티브 한 관계 그 자체에서 파생하는 텐션과 밀도의 변화만으로도 인상적인 음악적 경험을 제공한다. 마치 서로 같은 정서나 감정을 공유하면서도, 때로는 단일한 목소리를 통해, 경우에 따라서는 각자 자신의 표현을 담아, 하나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LM 트리오에게 있어 인터랙티브는 심리적인 상호 연관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하게 된다. 특히 “Improv”라고 명명한, 즉흥적 모티브에 의존한 3개의 트랙은, 1분 이내의 집약적 표현에 음악적 긴밀성은 물론 정서적 일체감을 명료하게 드러내고 있다.

 

멤버들 상호 간의 유기적이면서도 유연한 일체감은, 음악을 듣는 감상자와 연주 사이의 관계에서도 고스란히 전이되어 자연스러운 몰입을 제공한다. 특유의 나른함과 고립감을 담아내는 일관된 정서적 분위기를 유지하며, 섬세하면서도 풍부한 인과적 표현을 다루면서도, 과장이나 과잉이 없는 절제된 균일함을 보여주고 있어, LM 트리오의 깊이 있는 내면적 확장을 담아낸 듯하다. 고독하면서도 낭만적 서사를 간직하며, 비장하면서도 서정적 감성을 담고 있는, 북유럽 특유의 차가운 정서를 포근한 사운드 어쿠스틱으로 재현하고 있는 매력적인 앨범이다.

 

 

2023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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