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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Misleading Structures - Dedicated To Desolation (Archives, 2023)

 

Misleading Structures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리투아니아 전자음악가 Dovydas Vasiliauskas의 앨범.

 

2010년대 초부터 음악 활동을 시작한 도비다스는 현재까지 Sole Massif와 Misleading Structures라는 두 개의 자아를 통해 자신의 작업 성과를 선보이고 있다. SM이 실험적이고 글리치한 표현에 긴박한 진행과 서사를 강조하는 다크 앰비언트적인 성격을 강하게 부각한다면, MS는 차갑고 무거운 대기의 흐름을 응집한 듯한 드론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음악적 흐름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특히 MS의 경우, 커버 아트가 제공하는 차가운 분위기의 풍경은 그의 음악적 색감과 분위기를 유추할 수 있게 해주고 있어, 다분히 묘사적인 음악적 정경을 떠올리게 하며, 각 곡의 묵시적인 제목은 표제적인 성격을 보여주기도 하여, 듣는 이에게 상상의 공간을 개방한다는 매력을 지니기도 한다. 통상적인 드론과 유사한 유형적 특징을 공유하지만, MS는 마치 기악적인 레이어를 중첩해 거대한 움직임을 형상화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마치 오케스트레이션의 집합적인 사운드를 떠올리게 하는 고유함을 지니기도 한다. MS의 타이틀로 Archives에서 발매한 이번 세 번째 풀렝스 앨범에서도 이와 같은 고유한 매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

 

개별 라인의 흐름의 중첩이 아닌 하나의 집합적인, 폴리포닉한 다중적 텍스쳐의 총체로 전해지는 드론은, 그 웅장함과 광활함만으로도 고유한 공간적 특징과 플로우를 완성한다. 마치 공기와도 같은 존재감으로 전해지는, 밀도와 부피로 충만한 사운드는, 그 안에 기온과 기압까지 담아낸 듯한 생생함을 지니고 있어, MS만이 표현할 수 있는 고유한 음악적 시그니처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드론으로 연출하는 광활하고 무성한 공간 속에서도 묘사적 표현을 더욱 세밀하게 구성하는 다양한 주변적인 표현들이 이번 앨범에서는 보다 특별하게 다가온다. 시퀀싱이나 필드리코딩은 물론 기억적 표현을 활용한 레이어링을 통해, 보다 선명한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와 같은 표현이 드론의 흐름과 중첩을 이루며 만들어 내는 고유한 전개는, 마치 묘사와 서사를 동시에 포착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하며, 실제로 이와 같은 변화가 연출하는 극적 분위기는, 때로는 시네마틱한 정경을 완성할 뿐만 아니라, 어떤 곡에서는 고요한 이미지 속에서 펼쳐지는 시적 흐름을 떠올리게 한다.

 

마치 토대와 상부구조의 상호 연관을 연상하게 하는 드론과 주변적 표현의 유기적 관계는, 앨범 전체의 흐름을 완성하는 기본적인 양식처럼 활용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며, 때로는 트랙에서 담고자 하는 고유한 정서나 테마에 따라 유연하게 구성된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개별 트랙에서의 사운드의 큐레이팅 및 조합과, 해당 요소들이 연관을 맺는 방식은 물론, 흐름을 이어가는 과정은 제목에서 드러난 주제 의식을 반영하고 있어, 표제적인 성격을 드러내기도 한다. 특히 회화적인 방법으로 이를 표현하고 있어 이미지너리한 특징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는 마치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음악으로 묘사하는 것과 더불어, 그 안에 작가의 사적 정서나 심경까지 함께 담아, MS만의 고유한 차가운 색감으로 완성한, 소리의 화폭과도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집합적인 드론의 플로우가 만들어 내는 밀도 있는 공간과 묘사적 특징을 부각하며 세밀하게 주변적인 움직임을 포착하는 표현은, 상반된 공간에서 서로를 대비하거나 이질적인 대조를 이루지 않으며, 하나의 단일한 호흡 속에서 역동하는 거대한 흐름처럼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이러한 일체감이 정교한 구성을 완성할수록, 분위기가 전하는 공허함은 강한 밀도로 전해지며, 숨 쉴 순간조차 잊게 만드는 숨 막히는 몰입을 경험하게 한다.

 

 

2023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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