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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Moby - Reprise: Remixes (Deutsche Grammophon, 2022)

미국 뮤지션 Moby의 리믹스 앨범. Richard Melville Hall이라는 본명 대신 Moby라는 활동명으로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으며, 그 자체가 하나의 장르이며 브랜드라고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닌 것이, 그가 전자 음악을 포함한 현대 장르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이 결코 누군가와 비교할 수 없는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지난해 발매된 모든 앨범들 중 가장 인상 깊게 들었던 것 중 하나가 Reprise (2021)로, 이는 마치 지난 30여 년의 음악적 궤적을 포괄하면서도 현재 진행형의 사건으로 모비를 사고할 수 있는 다양한 모티브를 담고 있는 최고의 역작 중 하나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러한 앨범이 Deutsche Grammophon을 통해 발매되었다는 것 자체가 이슈 거리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레이블이 모비를 오늘날의 고전으로 받아들였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포함하고 있기에, 해당 작업이 두고두고 많은 사람에게 언급될 작품으로 기억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갖게 된다. 이번 앨범은 해당 작업에 대한 리믹스로, 어쩌면 당연히 예견되었던 수순의 일부이면서, 동시에 원작이 지닌 의미와 현재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아닐까 싶다. 원작 발표 이후 꾸준히 싱글 형식으로 여러 버전의 리믹스를 선보였기 때문에 정작 이번 앨범 자체에 대해 신선함이 덜하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지만, 개별 곡 하나하나 따로 듣는 것보다 1시간 40여 분에 이르는 감각의 파티를 경험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원작이 모비의 포괄적인 장르적 양식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오케스트라를 이용한 형식적 완성을 통해 이를 통합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어, 리믹스는 다양한 방식의 해체와 접근을 전제할 수밖에 없는데, 당연하게도 모비는 그 모든 가능성에 대해 작업을 진행하는 개별 뮤지션들에게 온전히 일임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작업에는 Christian Löffler, Max Cooper, Peter Gregson 등과 같이 모던 클래시컬과 일렉트로닉에 대한 통합적 사고를 제안하는 뮤지션들 외에 PlanningToRock, Bambounou, Mathame, Efdemin 등의 해당 분야의 중견들을 비롯해 Ansifa Letyago, Biscits, Topic, Felsmann + Tiley와 같은 도전적인 감각도 포함하고 있어, 원곡이 지닌 포괄적 특성만큼이나 다채로운 음악적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모비 자신의 리믹스 4개의 트랙도 포함하고 있어, 본인의 의도가 새롭게 확장할 가능성의 일부를 보여주기도 한다. 리믹스는 뮤지션들에게 부여된 모든 자율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완성되었음을, “Porcelain”에 대한 Christian Löffler, Bambounou, Efdemin의 각기 다른 해석은 물론, 보컬을 포함하고 있는 “Natural Blues”를 샘플링하고 이를 각자의 언어와 표현에 따라 재구성하는 방식에서 드러나는 Topic과 Max Cooper 그리고 모비 자신의 접근을 보면 쉽게 느낄 수 있다. David Bowie의 "Heroes”를 커버 한 모비의 작업에 대한 PlanningToRock 리믹스로 시작해 “Extreme Ways”을 모던 클래시컬의 언어로 재구성한 Peter Gregson의 작업으로 끝을 맺는 100분 동안의 경험은 말 그대로 환상적이며, 모비의 데뷔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가장 완벽한 형식의 앨범이다. 

 

2022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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