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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Sven Laux & Fione - Tomorrow Everything Could Be Different (Whitelabrecs, 2022)

독일 전자음악 작곡가 Sven Laux와 Fiona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피아니스트 Fiona Mortimer의 협업 앨범. 최근 들어 스벤은 일렉트로닉을 기반으로 하는 앰비언트 계열의 작품들을 다수 선보이면서도, 전통적인 연주 악기의 요소를 활용해 모던 클래시컬 특유의 음악적 재현을 펼치는 모습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완성된 이와 같은 스타일은 풍부한 정서적인 느낌까지 담아내면서 영화적인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하고, 다양한 톤과 텍스쳐가 중첩을 이루며 점멸하는 듯한 미묘한 감정의 울림을 전달하여, 차분하면서도 편안한 진행을 이루는 가운데에도 긴장과 의외성을 포착하는 독특한 매력을 보여준다. 정기적인 자신의 개인 작업 외에도 여려 뮤지션들과의 협업 속에서 이와 같은 긴장과 의외성은 더욱 극적인 형태를 통해 드러나기도 하는데, 이와 같은 음악적 시너지는 이번 작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협업의 파트너인 피오나는 여러 장르의 몇몇 뮤지션의 세션 라인-업에서 이름을 찾아볼 수 있지만 개인적인 커리어에 대해서 특별히 알려진 것은 없으며, 레이블 아티스트 소개에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파이니스트라는 항목이 전부다. 이번 작업은 피오나가 자신의 연주를 담은 파일을 스벤에게 보내고, 스벤은 여기에 자신의 텍스쳐와 디테일을 더해 음악을 완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처음 녹음한 피오나의 음원이 어떤 형식과 구성을 지니고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앨범에서 피아노는 분절된 몇 개의 마디가 루프를 이루며 반복되는 형식이나 일련의 단편적인 라인의 집합으로 등장하고 있어, 어쩌면 피오나의 연주 전체를 다루기보다 주요 핵심 모티브를 이루는 핵심 구간을 발췌하고 이를 확장해 스벤 특유의 음악적 상상력을 더한 것이 아닐까 짐작하게 된다. 그 때문인지 일부 곡에서는 피아노가 마치 시퀀싱 된 듯한 모습처럼 표현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오나의 역할이 상대화된 것은 아니며, 오히려 그녀의 연주가 구성한 모티브는 기존 스벤의 음악에서 봤던 것과는 다른 유형적 특징을 지니기도 한다.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피아노에 의해 완성된 일련의 테마와 모티브를 중심으로 엮여 있으며, 다른 사운드의 요소가 지배적인 전경을 이루는 순간에도 피오나의 연주는 마치 핵심에 다가서려는 듯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균일한 톤으로 녹음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피아노의 사운드는 곡의 형식과 구성에 따라 다양한 리버브와 이펙트 토닝을 거친 변형을 통해 활용되며, 때로는 서로 다른 맥락에서 진행되는 연주를 중첩하여 독특한 공간적 구성에서 응용되기도 한다. 복합적인 여러 층위의 레이어를 다루면서도 피아노의 공간에 대한 적절한 안배를 통해 전체적인 음악적 균형을 이루는 치밀한 구성력은, 스벤의 기존 그 어떠한 앨범 못지않게 인상적이며, 특히 기존에 그가 종종 다뤘던 우울감을 보다 더 긴장감 넘치는 이미지 속에서 미스터리 한 형상으로 완성한 모습은 이번 앨범의 고유한 특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불확실성을 다루면서도 독특한 미적 경험을 제공하는 인상적인 앨범이다.

 

20220621

 

 

 

related with Sven Laux

- Sven Laux & Logic Moon - The Unavoidable Death of Loneliness (Ambientologist, 2022)

- Sven Laux - What Remains (Whitelabrecs,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