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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Sven Laux & Logic Moon - The Unavoidable Death of Loneliness (Ambientologist, 2022)

독일 작곡가 겸 사운드 디자이너 Sven Laux와 Logic Moon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프로듀서 Tobias Lorsbach의 컬래버레이션 앨범. 스벤과 토비아스는 일렉트로닉을 기반으로 앰비언트와 드론 계열의 작업을 주로 선보이고 있어 이들의 협업에 대해 어느 정도 기대했던 분위기가 선입견으로 존재했던 것은 사실인데, 막상 앨범을 들어보면 예상과는 조금 다른 미묘한 정서적 긴장이 존재한다는 점을 알 수 있게 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서로 다른 두 개의 다른 텍스쳐가 대칭적인 공존을 유지하며 일련의 플로우가 이어진다는 점으로, 흥미로운 점은 그 두 가지 서로 다른 사운드의 질감이 기존 스벤의 것도 토비아스의 것도 아닌 이번 앨범에서 유독 두드러지게 보이는 대비라는 사실이다. 즉 이들은 앨범의 제목에서 드러나는 고유한 콘셉트에 따라 개별 사운드를 구성하고 이를 활용해 그 정서적 분위기에 맞는 변화와 긴장을 음악적으로 조율했다는 인상을 주게 된다. 현악, 피아노, 기타 등의 어쿠스틱 음향에 미세한 디스토션과 이펙트에 의해 굴절된 사운드를 서로 배열하고 있지만, 이를 하나의 공간적 구성 내에서 기능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서로 다른 독립적인 객체가 우연히 마주하는 듯한 모습으로 대치시키고 있다. 때문에 이는 마치 모던 클래시컬과 일렉트로닉의 언어를 극적으로 대비시킬 때 연상되는 묘한 텐션을 의도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면서도, 그 둘의 연관을 명료하게 드러나기보다는 모호하고 불완전하게 드러나게 함으로써 오히려 더 라우 한 날 것 그대로의 생경함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고전주의적인 텍스쳐와 앰비언트적인 이미지가 서로 대치를 이루면서도 서로 의도적으로 교차점을 찾기보다 자연스러운 교집합을 형성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서로에 대해 관조적인 스텐스에서 각자 자신의 진행 속에서 조우를 이루고 있지만, 우연과도 같은 하모니가 연출하는 정서적 분위기는 고립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향한다. 이는 마치 고립을 강요당한 지난 2년간의 우리 일상을 재현하는 듯한 적막함을 경험하게 해 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미 친숙해진 단절과 상실에서 살아가는 현실을 고스란히 서술한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격리와 거리 두기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되어 우울감이 일상화된 현실이지만, 그 속에서도 끊임없이 서로에 대해 사려 깊은 관심을 이어온 지난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앨범이다.

 

 

20220126

 

 

 

related with Sven Laux

- Sven Laux & Fione - Tomorrow Everything Could Be Different (Whitelabrecs, 2022)

- Sven Laux - What Remains (Whitelabrecs, 2022)

 

related with Logic Moon

- Logic Moon & Henrik Meierkord - Inseln (Whitelabrecs, 2022)

- Logic Moon - Moonchild (Archives,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