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Tom Hodge - Name Me Lawand (Left Out, 2023)

 

영국 작곡가 Tom Hodge의 영화 음악 앨범.

 

피아니스트이자 클라리넷 연주자인 톰은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경향적 특성 속에서 꾸준한 작업을 펼치며, Max Cooper, Floex, Franz Kirmann 등과 정기적인 협업을 통해 인상적인 성과를 남기기도 했고, 최근에는 Ollie Howell, Ciaran Morahan와 함께 Collisions 프로젝트를 결성해 새로운 음악적 도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톰은 이와 같은 개인 창작은 물론 무용이나 광고를 포함해 영화와 TV 드라마 등의 분야에서도 인상적인 기여를 한 작곡가이기도 하다.

 

이번 앨범은 최근 영국에서 공식 개봉했고, 여러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Edward Lovelace 감독의 다큐멘터리 Name Me Lawand (2023)의 OST를 담고 있다. 영화는 청각 장애를 갖고 태어난 어린 쿠르드 소년 라완드의 이야기를 따라가고 있다. 필요한 지원이나 배려를 기대할 수 없는 이라크에서 벗어나, 라완드에게 타인을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더 나은 삶의 기회를 찾아 떠난 가족은, 난민 캠프에서의 1년을 거쳐, 마침내 왕립 청각장애학교가 있는 더비에 도착한다. 새로운 환경에서 영국식 수어를 배우고 학교와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동안, 가족 구성으로서의 새로운 고민이 등장하기도 하고, 정부의 추방 위협에 직면하며 위기를 맞게 된다.

 

처음 자신의 목소리로 대화를 시도하는 라완드의 모습에서 시작한 다큐멘터리는, 그 진행에 따라 소년이 직접 전하는 말에 집중하고 있기에, 영화는 주인공이 전하는 호흡의 속도에 따라 전개되며, 여러 등장인물들의 인터뷰 또한 대부분 수어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어 자막과 함께 제공된다. 감독은 이와 같은 흐름이 지닌 한계를, 아름답고 서정적인 화면 구성을 이용해 극복하며, 마치 드라마를 시청하는 듯한 미장센을 보여준다. 객관과 주관의 경계를 명확히 나누는 화면비의 대비나, 클로즈업, 구도의 왜곡, 디테일 인서트 등 다큐멘터리 형식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화면의 이동과 변화는 라완드의 이야기를 감성적이고 정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도록 의도한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하게 된다.

 

이처럼 통상적인 다큐멘터리의 구성과 형식에서 벗어난 시각적 접근은 톰의 음악에서도 나타난다. 분위기의 일관성이나 묘사적 표현에 집중하던 기존 다큐멘터리의 음악과 달리, 톰의 스코어는 주인공의 대화를 청각적으로 형상화하는 듯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그 이면의 감춰진 정서를 조심스럽게 끄집어내는 듯한 표현을 포착하기도 한다. 마치 드라마나 영화에서 등장인물들의 감정과 정서를 반영한 듯한 접근은, 주로 피아노와 현악의 기악적 사운드를 활용해 완성하고 있는데, 건반이 우리가 직관하는 현재 상황에 대한 표현을 재현한다면, 스트링의 미세한 떨림이나 길게 이어지는 레가토의 텍스쳐 등을 통해 정서와 감정의 호흡을 담아내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전자 음향은 기악적 사운드에 기반하면서도 자신의 경계를 비교적 확실히 하며, 해당 소스의 기술적 특징으로 재현 가능한 표현을 통해 섬세한 레이어를 구성한다. 음악의 흐름은 영화의 호흡과 일치하며, 감독의 시각적 구성을 청각적으로 형식으로 담아내며,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에서 흔히 경험할 수 없는 미적 표현을 완성한다.

 

다큐멘터리가 지녀야 할 기록으로서의 시선은 이미 검증된 기존의 익숙한 자료들을 활용하면서도, 장애와 이주 난민이라는 두 가지 문제의 중첩에 대해서는 소년 리완드라는 상징적인 인물의 개인사와 현재의 경험에 집중한 시각적 접근 방식은, 해당 사안을 바라보는 감독 자신의 사회 정치적 관점이기도 하다. 톰의 음악은 감독의 의견에 대한 견고한 연대를 보여주는 듯하다. 해당 사안에 대한 견해와 무관하게, 톰의 스코어는 그 자체만으로도 뛰어난 미적 완성을 이루고 있어, 독립된 음악 작업으로서의 가치를 지닌 앨범이기도 하다.

 

 

20230710

 

 

 

 

related with Tom Hod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