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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Various Artists - Duet Layers (7K!, 2022)

 

독일을 기반으로 하는 모던 클래시컬 혹은 네오클래시컬 전문 레이블 7K!의 컴필레이션 앨범.

 

1984년, 베를린 Kaiserdamm 7에 주소를 두고 있던 Stud!o K7은 DJ-Kicks의 편집 앨범 발매를 위해 !K7를 설립하고, 전자음악을 콘텐츠로 하는 전문 레이블로 발전하게 된다. 이후 음반사는 장르적인 분화 및 통합 등을 거치며 각기 다른 음악적 성격을 지닌 Strut, AUS, 7K!, Ever, Soul Bank Music 등의 자매 레이블을 론칭하는 한편, 2010년대 말에 있었던 EMI의 분할 매각 과정에서 Parlophone 인수 이후 Warner Music Group으로부터 Patrice Rushen, Miriam Makeba, The Beginning of the End 등의 카탈로그를 넘겨받으며, 규모를 키우게 된다. K7 레이블 그룹은 현재 독일과 미국에 사무실을 두고 음반 발매 및 라이선스 관리 외에도 소속 아티스트 지원을 위한 메지니먼트를 사업 내용으로 삼고 있다.

 

2017년, !K7의 자매 레이블로 탄생한 7K!는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음악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탄생했으며,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해당 장르에서 주목할만한 놀라운 성과를 다수 선보이고 있다. 특히 기존 뮤지션에게 새로운 작업을 발표할 수 있는 공간 외에도, 재능 있는 신인에게도 창의적인 성과를 선보일 기회를 제공하는 등, 해당 분야에서 개방적인 음악 플랫폼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덕분에 레이블은 Simon Goff, Echo Collective, Hior Chronik, Maike Zazie, Niklas Paschburg, Vetle Nærø, Laura Masotto 등과 같은 창의적인 뮤지션들의 다양한 라이브러리를 확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아티스트와의 다양한 협업도 선보이며, 그 외연 또한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레이블은 소속 뮤지션의 정규 음반 발매 외에도 꾸준히 컴필레이션 앨범을 발매하며 자신들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보여주기도 하는데, Piano Layers Vols I & 2 (2019 & 2022), String Layers Vols I & 2 (2020 & 2022), Ambient Layers (2020), Wind Layers (2021)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Layers 시리즈가 여기에 해당한다. 해당 주제에 알맞은 기존 작품은 물론, 앨범을 위해 새롭게 녹음한 싱글도 다수 포함하며, 음반사 소속이거나 관련이 있는 아티스트 등의 녹음까지 포괄하고 있어, 이 시리즈는 단순한 모음집의 성격을 넘어 레이블의 음악적 정체성을 확인하고 대중에게 공포하는 일종의 메니페스토의 역할도 담당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번 컴필레이션은 Duet Layers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레이블이 포괄하는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음악적 특징과 연관된 여러 뮤지션들이 진행하는 다양한 양식의 협업을 담고 있다.

 

Hania Rani & Colin Stetson, Stefano Guzzetti & Neil Leiter (Echo Collective), Simon Goff & Dobrawa Czocher, Niklas Paschburg & Bryan Senti, Peter Zummo & Tilman Robinson, Laura Masotto & Ryan Teague 등의 참여 뮤지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유럽의 다양한 나라는 물론 미국과 호주 등을 포함하는 그 광범위함과 더불어 개별 음악가의 개성과 다양성을 생각한다면, 그 조합에서는 의외성은 물론 예상외의 절묘함까지 느낄 수 있다. 오랜 시간 커플로 활동했던 하니아 라니와 데보라와 초헤르는 서로 다른 뮤지션들과 협업을 진행하는가 하면, 닐 레이터는 에코 콜렉티브의 공간을 벗어나 스테파노 구제티와 듀엣을 선보이며, 전설이라고 불러도 부족함이 없는 피터 주모는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틸만 로빈슨과 공동 작업을 완성한다. 서로 다른 성격을 지닌 뮤지션의 조합인 만큼, 이번 앨범이 포함하는 음악적 스펙트럼 역시 포괄적이며, 그 구체적 방식 또한 그 숫자만큼 다양하다. Hania & Colin은 동일한 공간적 특성을 공유하면서도 각각의 연주 악기 고유의 특징과 더불어 애트모스페릭 한 여성 보이스 톤의 사운드 레이어를 통해 에어리 한 분위기를 극대화하며 합의적 특성을 지닌 앙상블에 초점을 맞추고, Stefano & Neil은 전통적인 진행 형식에 미니멀 한 라인과 코드 구성으로 이루어진 피아노와 현악의 고전적인 대비를 활용해 밀도를 중첩해가며 깊이 있는 정서적 반영을 완성하며, Simon & Dobrawa는 멜로디나 복합한 화성의 구성보다는 단순한 레이어의 세밀한 플로우에 집중하면서도 점진적인 빌드-업을 통해 각자 자신들의 표현으로 구조화하는 치밀한 방식을 선보이고 있다. Niklas & Bryan은 전통적인 진행 방식을 따르면서도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사운드의 대비를 통해 의외의 아기자기하면서도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고, Peter & Tilman은 다양한 특징을 지닌 복합적인 톤과 텍스쳐의 중첩을 통해 중의적이면서도 다면적인 특성을 지닌 독특한 일렉트로-어쿠스틱을 연출하며, Laura & Ryan은 고전적인 양식의 테마에 대중적이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덧입혀 시네마틱 한 분위기의 내러티브를 완성한다.

 

앨범의 기획 의도에서 이와 같은 다양성을 염두에 두었는지의 여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이 안에 담긴 음악적 스펙트럼의 넓이를 통해 레이블이 정의하고자 하는, 혹은 자신들이 지향하는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경향적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폭넓으면서도 엄밀하며, 유연하면서도 견고한 레이블의 음악적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모음집이다.

 

 

202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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