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tico Quartet - Monument (Gondwana, 2021)
두 명의 영국 뮤지션 Duncan Bellamy와 Jack Wyllie로 이루어진 그룹 Portico Quartet의 앨범. 대단히 창의적이면서도 풍부한 창작 의지를 지닌 그룹이지만 6개월 간격으로 신보를 선보인 것은 이례적이기까지 하다. 사실 이번 앨범은 지난 5월 Terrain (2021)을 선보인 이후 얼마 되지 않아 발매가 예고되기도 했고 2-3달 전에 이미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최종 마스터링 원본도 미리 접할 수 있었는데, PQ의 설명에 따르면 이들 두 작업은 동일한 시기에 같이 제작이 이루어진 것들로 이번 릴리즈가 나머지 반을 채우고 완성하는 것이라고 한다. 결국 5월 발매분과 이번 11월 릴리즈는 동일한 지반 위에서 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연주로 담고자 했던 음악적인 내용이나 이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본질에서는 거의 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만 전편이 10분 이상의 러닝타임을 지닌 3개의 장편으로 이루어진 앨범이라면, 이번 릴리즈는 1-8분 길이의 10곡을 수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전편이 연주 악기를 이용한 긴 시퀀싱을 통해 포괄적인 장르적 접근을 하나의 공간 속에 혼용한 플로우의 몰입을 선보였다면, 이번 앨범은 테마에 대한 의미를 강조하고 이를 위한 다양한 사운드의 배열을 이루며 집약적인 표출을 보인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와 같은 형식적인 차이 덕분에 이번 앨범의 경우 개별 곡들이 지닌 장르 혼합 양식의 미묘한 차이는 물론 기악적 조합의 특징까지도 잘 부각된다. 때문에 이번 앨범에서는 조금은 확장된 의미에서의 다양성을 경험할 수도 있는데, 사운드의 조합이나 진행 구성에 따라 개별 트랙이 지닌 미묘한 질감이나 뉘앙스의 차이는 마치 표제적인 의미를 드러내는 듯한 다양성이 느껴지기도 한다. 때문에 5월에 발매된 전편이 감염병 사태에 따른 긴 숙면의 '지형'을 다룬다면 이번 앨범은 그 이후 펼쳐질 새로운 일상 속의 다양한 면모를 앞서 '기념'하는 모습처럼 보여 대비를 이루기도 한다. 화려하게 펼쳐진 감각의 공간 속에서도 이들의 음악은 여전히 사색적이고 정서 이면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장르적 경계를 무효화하고 하나의 공간 안에 통합하는 음악적 총체성이라는 측면에서 PQ의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앨범임은 분명하다.
2021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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